대통령도 몰랐던 애기봉 등탑 철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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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해서 쓸수 있는 D등급 시설… 현지 사단장이 조기철거 지시
사전 보고 안돼… 경위 파악 나서

군 당국은 최근 경기 김포시 해병대 2사단의 애기봉 등탑 철거는 관할 사단장이 직접 결정한 사안이라고 30일 밝혔다.

군 관계자는 “애기봉 등탑은 지난해 11월 군 안전진단에서 D급 판정(보수해서 쓸 수 있는 정도)을 받고 내년 3월 김포시가 철거할 예정이었지만 붕괴 위험 등 관광객의 안전을 고려해 사단장(김모 소장·현 해병대 부사령관)이 조기 철거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철거 작업은 15일부터 이틀간 공병 부대를 동원해 진행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1971년 애기봉(해발 154m)에 국기 게양대 모양으로 설치된 높이 18m의 등탑은 매년 성탄절을 앞두고 종교단체의 점등식 장소로 이용됐다. 군사분계선과 1.8km, 북한 지역과 불과 3km 떨어져 있어 점등식 때마다 북측이 “대북 선전시설”이라며 철거를 요구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애기봉 등탑 철거가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등 최근 남북관계를 의식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등탑의 철거 내용을 사전 보고받지 못해 경위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애기봉 등탑 철거 사실을 언론 보도 이후 알았다”고 밝혔다.

김포시는 내년 3월부터 2017년까지 총 296억 원의 예산을 들여 애기봉 주변 4만9500m²에 6·25전쟁 영상관, 기념품점, 식당 등을 갖춘 평화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54m 높이의 전망대도 설치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애기봉 등탑 철거#김포시 해병대 2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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