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혁신 ‘골든타임’ 2부]세계 각국 ‘갑을문제’ 대처 어떻게
日선 정부가 시장감시 ‘첨병’… 기업들도 동반성장 위해 노력
‘갑을관계’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미디어 업계 등 사회 곳곳의 갑을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미국 유럽에서도 공정거래는 산업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며 어기면 강력한 제재가 뒤따른다.
일본에선 시장을 감시하는 정부의 역할이 강조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에선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해 농림수산성 경제산업성 등 관련 부처들이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철저히 감시하고 매년 각종 문제점들을 모은 불공정거래 관련 백서를 발간한다”며 “정부의 노력이 지속되면서 매년 불공정거래 고발 건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갑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릴 경우 시장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될 경우 많게는 수백 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해 기업 운영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영국에는 ‘기업살인법’이 있다. 2008년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 법은 원청업체가 협력업체에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업무 관련 모든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일 경우 기업에 ‘살인’에 해당하는 법적 책임을 지게 한다.
거래업체들과 대등한 관계를 바탕으로 함께 성장하기 위해 기업 스스로 노력하는 경우도 많다. 맥도널드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맥도널드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계열사를 두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현지 공급업체를 찾아 직접 거래하며 동반성장을 추구한다. 키스톤스푸드라는 미국 필라델피아 주의 작은 육류 공급업체는 맥도널드와 함께 사업을 시작한 뒤 글로벌 육류 유통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병훈 교수는 “네덜란드 등 유럽의 경우 중소사업자들이 대기업과 협상이나 교섭을 할 때 집합적 행동, 즉 ‘을의 연대’를 할 수 있도록 각종 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누구나 대등한 관계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인식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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