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나 공무원연금 개혁의 연내 처리를 이같이 당부했다. 예산안, 민생법안과 관련해서는 “골든타임이다. (시기를) 놓치면 효과가 떨어진다”며 법정기일 내 처리도 강조했다. 이어 한중 등 자유무역협정(FTA) 통과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에 주문한 3대 포인트다.
이날 회동은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거둔 다자회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국회에 협조를 요청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여당 지도부는 예산안의 기한 내 처리를 약속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따로 만난 것은 9월 16일 이후 두 달여 만이다. 다만 야당 지도부는 참석하지 않았다. 청와대에선 “박 대통령으로서는 해외순방 성과에 대한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부탁하고 싶었겠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호응하지 않아 김이 샜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날 회동에는 청와대에서는 박 대통령과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정무수석이,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 박 대통령 “정치권의 협력과 지원 필요”
이날 회동은 오후 2시 55분부터 1시간 5분간 청와대 백악실에서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면담 시간의 절반가량을 해외 순방 결과 설명에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한중, 한-뉴질랜드 FTA 협상을 타결했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주요 20개국(G20) 국가들의 성장전략 중에 1등으로 선정되는 성과도 거뒀다”며 “순방 결과를 극대화해서 국민의 삶이 더욱 행복해질 수 있도록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에 계류돼 있는 FTA 비준동의안도 빨리 통과시키고 예산안과 민생법안, 공무원연금 개혁 등의 과제들도 적기에 처리가 된다면 경제적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당이 힘을 모아서 많이 노력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한-호주 FTA는 올해 발효되지 않으면 일본보다 관세 철폐가 늦어질 뿐만 아니라 수출 손실액도 연간 4억6000만 달러(약 5129억 원)가 될 정도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며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이어 “중국도 호주하고 FTA가 실질적으로 타결이 됐다. 협상은 우리가 제일 먼저 타결을 보고도 잘못하면 경제적 실리를 다 빼앗길 수가 있다”고 했다.
○ 김 대표 “좀더 열심히 해서 결실 맺도록 노력”
김무성 당 대표는 “대통령께서 해외 순방하면서 큰 업적을 갖고 돌아왔는데 당에서 제대로 뒷받침을 못한 것 같아서 송구스러운 마음이 있다”면서 “다음부터는 좀 더 열심히 해서 (순방 성과의) 결실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FTA 비준 동의 등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공무원연금 개혁 등도 지지부진한 상황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는 뜻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민생경제 관련 법안들과 예산은 법정기일(12월 2일)까지 꼭 지키겠다. (예산안 심사 완료가) 안 되면 정부안 또는 수정동의안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등에 대한 얘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공무원노조들과 연쇄 회동해 실무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당의 노력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회동 뒤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상대가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 화기애애했지만 맥 빠진 분위기
회담 분위기는 대체로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회동 초반 박 대통령이 FTA 협상 타결을 언급하며 “우리나라 경제영토가 세계 73%에 달할 정도”라고 하자 김 대표가 이를 받아 “73.5% 아닙니까”라고 해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박 대통령도 미소를 보이며 “정확히 아시네요”라고 했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과 야당이 주장하는 ‘사자방(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산비리)’ 국정조사 등과 관련해선 특별한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 직후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독대도 없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