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법안으로 꼽히는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검토해 온 정부와 여당이 원안에서 대폭 후퇴된 수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새누리당과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부정청탁의 개념을 축소하고, 처벌받는 금품수수의 한도를 완화하는 내용의 ‘검토안’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당정은 부정청탁의 예외 사유를 4개에서 7개로 늘리면서 선출직 공직자가 공익 목적으로 지역구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 등을 허용했다. ‘공직자와 국민의 의사소통을 위축하면 안 된다’는 명분에 따라 민원법 등 법령·기준에서 정하는 절차대로 제기되는 민원이라면 법에 위반되는 내용이라도 허용한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공직자 가족의 금품수수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조항도 완화했다. 검토안은 ‘공직자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행위만 금지하는 것으로 한정했다.
부정청탁에 대한 처벌도 약해졌다. 원안대로면 처음 부정청탁을 한 사람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검토안은 이들을 부과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대신 공직자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같은 부정청탁을 반복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부정청탁의 기준도 수정됐다. 부정청탁에 대해 원안은 ‘공직자의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청탁 또는 알선행위’로 정의했지만 수정안은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정무위는 26일 법안소위를 열어 검토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근본 취지를 후퇴시키려 한다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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