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라오스 탈북 청소년’ 처형설]대북소식통이 전하는 ‘9명의 운명’
北, 선전에 쓸모 없어졌다고 판단… 강제북송 1년만에 철저히 격리
‘바깥 물 많이 먹은’ 2명부터 처형… 국제사회 함께 나서 北 압박해야
지난해 5월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로 떠나기 직전 중국 은신처에서 찍은 마지막 사진에서 승리의 V자를 그리거나 활짝 웃으며 들떠 있다. 가장 나이가 많았던 문철 씨(당시 23세·계단 위 점선 안), 유일하게 꽃제비 출신이 아니었던 백영원 씨(당시 20세·앞줄 점선 안) 2명에 대한 처형설이 나돌고 있다. 탈북을 도운 선교사 주모 씨의 부인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제공
탈북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서 강제 북송된 지 23일 만인 지난해 6월 20일. 북한은 관영 조선중앙TV에 이들을 등장시켜 ‘남한의 유인 납치로 끌려가다 구출됐다’는 선전전을 폈다.
이후 국제적 관심에서 멀어졌던 이들이 처형 또는 수용소로 보내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실로 드러나면 북한은 인권 유린에 대한 국제적 비난은 물론이고 ‘거짓 증언’을 조작한 혐의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달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뿐 아니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을 제소하자는 목소리 또한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라오스에서 강제 북송된 탈북청소년 9명은 국제적인 관심 속에서 북한 인권 유린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유엔까지 나서 이들의 안전보장을 요구했다. 탈북을 시도하다 강제 북송된 이들이 맞이하는 비극적 결말에 대한 수많은 증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북한은 9명 전원을 북한 조선중앙TV에 출연시켰다. 경직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의 입에서는 북한 체제에 대한 찬양과 ‘남측에 강제로 납치됐다’는 주장이 흘러나왔다. 이후 탈북청소년 9명은 국제적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이들이 평양 내 한 보육원에 보내졌으며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제 북송된 지 1년여 만에 이들의 생사 문제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의 인권 문제는 또다시 국제적 시험대에 올랐다.
최대 관심사는 북한 내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제기된 2명의 처형설이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1일 “올해 가을에 정보 협력자로부터 탈북청소년 9명 중 2명이 처형당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후) 지난달 28일 처형된 인물 2명 중 1명이 문철이라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도 2명 처형설을 전했다. 중국에서 이들을 보호했던 주모 선교사 부부와 함께 후원에 나섰던 안모 장로 측도 이같이 밝혔다. 안 장로는 “외부 세계에 노출돼 ‘외부 물’을 가장 많이 먹은 아이들부터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북한 내 정보나 탈북 루트가 김정은 시대 들어 더욱 철저히 차단되면서 이들의 생사 확인 작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탈북청소년들을 체제 선전에 이용한 뒤에는 이들의 생사를 알 수 없다. 북한에 이들의 안전 여부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장은 “북한이 진정 자신들이 주장하듯 인권 선진국이라면 탈북청소년들의 생사를 확인해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즉각 해소시켜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일본과 연루설 백영원, 희생자 중 한 명인 듯”
안 장로는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처형된 2명 중 1명은 일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인물”이라며 “그가 함흥 출신인 백영원(21)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안 장로는 “지난해 탈북청소년 강제 북송 당시 영원이가 납북 일본인의 아들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영원이는 다른 8명의 꽃제비 출신과 달리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어머니의 지시에 따라 탈북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국내외 언론은 지난해 백영원이 일본인 납북 피해자 또는 요인의 아들일 가능성을 제기해 파장을 낳은 바 있다. 안 장로는 “관련 소식을 전한 대북 소식통에게 ‘그런 인물을 어떻게 처형할 수 있느냐’고 묻자 ‘북한 정권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쓸모가 없어진 탈북자들은 누구든 처형될 수 있다’고 비웃듯 답했다”고 전했다.
이제 관심은 나머지 7명의 안전 여부로 집중되고 있다. 안 장로는 “강제 북송된 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며 “나머지 7명이 살아있다면 이들에 대해서만이라도 국제적 관심을 호소해 구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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