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파문]
일각 “은연중에 본인 위상 과시… 정씨에게 되레 부메랑 될수도”
7월엔 “부인 수입으로 생활”… 5월 이미 이혼한 사실 드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비線) 실세’ 의혹을 사온 정윤회 씨(59)가 언론과의 인터뷰로 얼굴을 드러낸 것은 단 두 번뿐이다. ‘만만회’(이재만 박지만 정윤회의 이름 끝 자로 만든 모임) 논란이 일던 올 7월과 ‘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 논란과 관련한 1일자 인터뷰에서다.
정 씨 측 인사는 “정 씨가 언론을 굉장히 꺼린다”라고 했지만 정 씨는 두 번째 인터뷰에서 세간의 의혹을 잠재우려는 듯 단호한 어조로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게 매우 억울하고 명백히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첫 번째 인터뷰처럼 두 번째 인터뷰도 논란을 잠재우기보다 자신을 향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정 씨는 7월 첫 번째 인터뷰에서 “비선 인사 논란과 관련해 (나는 일부 청와대 실세들과 같은) 서울고 출신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 정확한 학력은 함구했다. 이어 “아내의 부동산 임대 수입으로 생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 그는 이미 두 달 전인 5월에 부인과 협의이혼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 씨 해명의 신빙성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정 씨는 두 번째 인터뷰에서 자신이 사람을 시켜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박 회장이 잘못된 주장을 해 비선 의혹이 커졌다. 검찰은 이 부분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박 회장을 겨냥했다. 또 “세간에는 대통령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중요 인사 같은 경우 어떤 배경에서 그 사람을 발탁하는지 설명하면 의혹은 많이 사라질 것이다. 통치가 더 투명해져야 한다”며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도 쏟아냈다.
그는 유출된 문건에 대해선 “누가 어떤 이유로 엉터리 문건을 만들었는지, 외부로 반출된 것은 없는지 청와대의 조치는 무엇이었는지도 검찰이 밝혀내야 한다”며 검찰 수사 방향에까지 훈수를 뒀다. 스스로는 박 대통령의 당선 후 한 차례 통화를 한 게 유일하고 야인생활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지만, 은연중에 권력 내에서의 자신의 위상을 스스로 드러낸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 씨가 나는 결백하다는 자신감의 발로에서 강경 발언을 했겠지만, 만에 하나 검찰 수사로 이 주장과 상반되는 사실관계가 드러날 때엔 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매월 두 차례 정기모임’에서 청와대 핵심 비서진을 만나 논의한다는 보고서 문건이 명백한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의 발언과 상반되는 허점이 나타날 때에는 곧바로 야권이 주장하는 ‘국정농단 의혹’에 오히려 불을 지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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