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개국 3주년 기획/국경 너머에도 천국은 없었다]
불법체류자 자녀라 주민등록 없고 학교-병원도 못다녀 비극 대물림
지난달 15일 재탈북을 한 임영미(가명·30) 씨가 2003년 처음 탈북해 강제 결혼했던 중국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은 올해 11세다. 임 씨는 “강제 북송된 2010년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아이가 가슴 아파할까 봐 전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내 마음속 비극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탈북 여성 인신매매의 고통은 자녀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된다.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낳은 탈북 2세들 대부분은 국적이 없다. 아버지가 중국인이긴 하지만 어머니가 불법 체류 신분이다 보니 ‘호구’(한국의 주민등록)를 취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돈을 주고 호구를 사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탈북 2세들은 학교 근처도 가지 못하고, 병원 치료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인신매매로 중국인 남성과 결혼한 탈북 여성 박순희(가명·41) 씨는 “열 살, 여덟 살짜리 아이가 있는데 뒷돈을 쓴 뒤에야 어렵게 호구를 만들어 학교를 보냈다”고 말했다.
언제 공안에게 붙잡혀 강제 송환될지 모르는 어머니의 불안감과 초조함은 아이들의 정서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인 아버지와 탈북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최미선(가명·15) 양은 “어렸을 때 북한 이야기를 하니 엄마가 막 화를 내더라”며 “그래서 그냥 안 물어봤는데 엄마가 얼마 전 생일날 ‘자기가 북한 사람이고 탈북했다’고 고백했다”고 말했다. 최 양은 “밤에 공안이 집에 쳐들어올 뻔했는데 그때 엄마가 도망가고 했던 건 어렸을 적인데도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최 양은 먼저 한국에 입국한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목사는 “탈북 여성이 중국에서 낳은 아이가 있어도 이 여성이 혼자 한국에 오거나 북송되면 홀로 남은 아이들을 도울 방법이 없다”며 “버려진 아이를 한국으로 데려와도 어머니를 찾을 수 없어 5년 넘게 무국적으로 있었던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탈북 여성이 중국에서 낳은 자녀들의 실태는 정확히 파악되진 않는다. 대북 단체들은 최대 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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