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美선 의회서 거짓말 하는것도 부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일 03시 00분


[부패없는 대한민국, 지금 나부터]
反부패 포럼 방한 오브라이언 美 법무부 부차관보

미국의 반부패 전문가인 폴 오브라이언 미 법무부 부차관보는 2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 보호는 부패 척결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미국의 반부패 전문가인 폴 오브라이언 미 법무부 부차관보는 2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 보호는 부패 척결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미국에서는 공직자가 청문회나 의회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도 부패 범죄로 다루고 있습니다.”

미국 내 ‘공공부패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는 폴 오브라이언 미 법무부 부차관보(48)는 뇌물 수수나 이권 개입 같은 전형적인 부패 유형 외에 의회에서의 진실한 답변도 중요한 청렴 의무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주최로 3, 4일 열리는 ‘부패 척결을 위한 도전과 과제: 무관용, 법질서, 정상화’ 반부패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2일 방한했다. 그는 이날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최근의 부패 척결 활동의 트렌드를 상세히 소개했다.

1995년 테네시 주 검사로 공직을 시작한 그는 미 연방검찰과 함께 공공부패 사건을 담당하는 미 법무부 범죄국 공직청렴과(PIN)를 이끄는 베테랑 검사다. 올해 10월 후배 검사의 윤리교육에 공헌한 멘토에게 주는 ‘클라우디아 플린상’을 받은 ‘청렴 전도사’이기도 하다.

―미국은 부패 척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PIN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공공부패 전담 기관이다. 부패 전문 검사 35명이 미국 내 94개 연방검찰청과 공조해서 공공부패와 선거 범죄를 다룬다. 청문회나 의회에서 하는 ‘거짓말’도 PIN의 관할 대상이다.”

―한국은 전직 대통령 등 정치인 사정 때마다 편파 수사 시비에 휩싸인다. 미국은 어떤가.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수사는 미국에서도 민감한 문제여서 PIN이 담당한다. 정치권이 선출하는 검사가 아닌 독립적인 검사를 임명하는 게 중요하다. PIN도 정치권과 단절돼 검사가 사실과 법리에 의해서만 수사·기소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고 있다.”

PIN은 차기 공화당 대권 주자인 로버트 맥도널 전 버지니아 주지사 부부의 부패 스캔들도 밝혀냈다. 이들은 최근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로부터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16만5000달러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내년 1월 선고를 앞두고 있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이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은닉 재산 추적처럼 한미 간 공조가 강화되고 있는데….


“미국 검사들은 ‘불법자산 환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처벌 강화보다 재산 몰수가 부패 방지에 더 효과적이다. 불법자산 환수에는 관할이 따로 없다.”

―한국 정부는 최근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을 출범시켰다. 발표문에 부패 트렌드로 군납 비리를 언급했던데….


“군은 예산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부패할 위험이 많다. 비리에 최대한 신속하게 대응하고 국제 공조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는 지난해 싱가포르의 한 군수업체 CEO에게 성 접대와 뇌물을 받고 수억 달러 규모의 계약 편의를 봐준 해군 사령관과 수사 관련 기밀을 누설한 해군범죄수사대 장교를 적발한 사건을 예로 들었다. 이 사건 수사에는 미국 방호계약감사기관(DCAA)과 마약단속국(DEA)뿐만 아니라 태국 경찰과 싱가포르 탐오조사국(CPIB) 등이 참여했다.

―부패 감시 관할권을 해외로 확대해 전 세계 ‘준법 리스크(부담)’를 높인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이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


“2009년부터 FCPA로 50명 넘게 처벌됐고 기업 50여 곳을 상대로 30억 달러의 불법자산을 환수했다. 지난해부터 25개의 범죄를 적발했다. 해외에서 발생한 부패는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제 공조와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플리바기닝(유죄 인정 조건부 협상 제도)’이 부패 사범 적발에도 도움이 되나.

“대부분의 부패 문제는 내부자가 정보를 알려줘야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거악(巨惡)을 적발하기 위해 진실을 말한 사람에게 유리한 협상을 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미국#부패#공공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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