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이 법을 대하는 여야의 태도에도 미묘한 변화가 보인다. 선진화법이 다수결의 원리를 무시했다며 비난하던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 사이에서도 선진화법에 법정 처리 시한 규정 때문에 “버티는 실익이 없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 새누리당 “국회선진화법 개정 ‘투 트랙’으로 접근”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선진화법의) 절차적 규정 때문에 (예산안이) 12월 2일 통과되는 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라디오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는 규정에 대해서는 선진화법이 나름대로 상당한 합리적인 장치가 돼 있다”고 평가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국회가 장기간 공전될 당시 김무성 대표가 “국회 퇴행을 부추기는 국회후진화법”이라고 지적하는 등 당 지도부가 한목소리로 선진화법을 비판했던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
다만, 김 수석부대표는 “투 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다수결의 원칙을 훼손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계속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조만간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장기간 처리되지 않고 있는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 새정치연합 “선진화법 효과로 의원들 얌전해져”
최근 새정치연합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의원들이 많이 달라졌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강경한 모습이었던 의원들이 얌전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12월 31일까지 야당이 ‘외국인투자촉진법’ 처리를 거세게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해를 넘겨 예산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올해는 ‘의원직 사퇴’를 불사하며 기초연금법 통과를 저지하려 했던 강경파 의원들도 예산안에 순순히 ‘양보’했다. ‘서민 증세’라고 강력히 주장했던 담뱃값 2000원 인상안 등 끝까지 “처리 불가”를 외칠 만한 법안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그것이 국회선진화법의 효과”라고 풀이했다. 아무리 반대해봤자 야당은 얻는 것도 없고 정부 원안이 그대로 상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인식했기 때문에 의원들이 자포자기했다는 얘기다.
다른 시각도 있다. 현 우윤근 원내대표가 당내 다수파인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한 비노(비노무현) 의원은 “중도파 의원이 원내대표였다면 예산안 처리를 보이콧하자는 강경 발언이 줄을 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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