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최근 한국 군 당국에 정밀유도무기를 비롯한 전투예비탄약의 비축량을 대폭 늘려줄 것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미국 측은 현재 한국군이 보유한 전투예비탄약으로는 북한의 전면 남침 등 유사시 한미연합작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미국 측은 정밀유도무기 위주로 한국군의 전투예비탄약을 최소 30일 치가량 확보해 달라고 제의했다”고 말했다. 미 측의 요청은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육군 대장)을 통해 최윤희 합동참모본부 의장(해군 대장) 등 한국군 수뇌부에 전달됐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의 군사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군의 전쟁예비탄약 부족 문제를 더는 간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국방예산이 깎이면서 한국이 자국 안보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군 당국은 개전 초 서울과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군 장사정포 진지를 비롯해 스커드미사일과 노동미사일이 실린 이동식발사차량(TEL), 핵과 미사일 기지 등 북한 전역 800∼1000여 개의 핵심 표적을 최단 시간 내에 제거하는 연합작전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선 최소 30일 치, 최대 60일 치의 전투예비탄약이 필요한 것으로 한국군 당국은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군이 보유한 대부분의 정밀유도무기는 개전 후 3, 4일이면 바닥이 날 정도다. 다른 전투예비탄약도 최대 15일 이상 운용하기 힘든 실정이다.
군 관계자는 “미 측의 요청대로 전쟁예비탄약을 확보하려면 2020년대 초까지 20조 원이 들어가지만 우리가 계획 중인 예산은 10조 원에 그친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전쟁예비탄약 예산을 점진적으로 증액하는 한편 유사시 해외에서 탄약을 신속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올해 10월 각 군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육군의 경우 대화력전 핵심 탄약인 K-9 자주포용 신형고폭탄은 개전 후 일주일이면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군도 120mm 함포탄과 잠수함에서 적 함정을 공격하는 잠대함유도탄 보유량이 일주일 치에 불과했다. 원거리의 적 잠수함을 추적 파괴하는 대잠어뢰인 홍상어 보유량은 3, 4일 치에 그쳤다. 공군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대공유도탄 보유량이 일주일 치를 밑돌고 공대지유도탄도 개전 후 9∼15일이면 모두 소진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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