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동향’ 문건의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이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할 때 작성했다가 원대 복귀 일주일 전쯤 출력한 100여 건의 문건 유출 경로가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청와대 자체 조사와 관련자 조사 등을 바탕으로 검찰은 유출 경로를 두 갈래로 압축했다.
우선 검찰은 세계일보가 보도한 ‘정윤회 동향’ 문건과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등 친인척 및 측근 동향 문건들은 박 경정이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로 보내지 않고, 따로 보관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윤회 동향 문건이 유출되는 과정에 박 경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박 경정이 문서를 작성한 시점과 세계일보 측과의 접촉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정윤회 동향 문건 외에 박 경정이 따로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문건의 행방도 찾고 있다.
두 번째는 박 경정이 경찰로 복귀하기 전인 올해 2월 정보1분실로 옮겨놓았던 상자 안에 담긴 보고서의 유출 경로다. 이 문서들은 공무원들의 비위 첩보 등을 담은 일반 감찰 자료들이다. 검찰은 3일 정보1분실을 압수수색하고, 이 사무실에 근무하는 한모, 최모 경위를 연행해 조사한 결과 박 경정이 캐비닛 안에 보관해둔 문건을 통째로 한 경위가 복사했으며, 최 경위가 이 중 일부를 복사한 정황을 포착했다. 최 경위는 올해 10월 한 광역단체장의 비위첩보 보고서를 상부에 제출했는데, 이 보고서는 박 경정이 8월 서울 도봉경찰서 정보과장으로서 올린 보고서와 내용이 동일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경정은 4일 피의자 신분으로 19시간 동안 조사를 받을 때 자신이 작성한 문건들이 도난당했고, 이 문건들이 대통령민정수석실에 파견근무를 했던 검찰 수사관 A 씨를 통해 외부에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 씨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윤회 동향 문건은 본 적도 없다”면서 “박 경정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고 민정수석실 전체 회의에서 한 번 본 정도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도 박 경정이 작성한 보고서가 다른 사무실에 근무한 수사관을 거쳐 유출됐다는 박 경정의 주장이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박 경정이 수사 방향을 흐리기 위해 엉뚱한 유출 경로를 대고 있다고 보면서도 박 경정의 주장도 진위를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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