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파동’ 구경만 하는 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8일 03시 00분


與지도부, 靑에 쓴소리 않고 눈치만… 견제해야 할 野는 무기력 대응 일관
野 “상임위 보이콧”… 국회도 파행

‘정윤회 동향’ 문건 파문 이후 청와대가 위기관리 능력에 문제점을 드러낸 가운데 새누리당 지도부도 손을 놓고 있다. “할 말은 하겠다”던 ‘건강한 당청(黨靑) 관계’는 사실상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여당을 견제해야 할 야당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월 임시국회는 15일 문을 열었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여야 정치권도 총체적 무기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청와대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비주류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이다. 1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인사 혁신, 투명한 통치시스템 작동, 대내외적 소통 강화 등 과감한 국정 쇄신으로 새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 심재철 의원도 친이계다.

정작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반복해서 강조할 뿐이다. 문제의 진앙으로 지목되는 청와대에 대해선 침묵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7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에서도 당 지도부는 여권의 단합을 주문했을 뿐 쓴소리는 피했다. 김 대표는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지금은 말을 아껴야 할 상황”이라고만 했다. 한 재선 의원은 “‘당이 청와대 눈치만 본다’고 비판하던 김 대표가 당권을 쥐었는데도 똑같은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긴박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치 정치 평론을 하듯이 한마디 훈수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이날 차기 당권 도전이 유력한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직을 사퇴하면서 본격적인 전당대회 국면으로 돌입했다. 모든 관심은 당권 레이스에 쏠린 셈이다. 야당의 견제 기능이 마비될수록 청와대와 여당의 안이한 대응을 부추긴다는 단순한 진리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비상의원총회를 열어 “새누리당이 ‘정윤회 동향’ 문건 파문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거부했다”며 이번 주까지 다른 상임위 활동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여야 대치로 중요한 민생 법안은 다시 표류할 조짐을 보인다.

장택동 will71@donga.com·민동용·손영일 기자
#문건 파동#여야#정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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