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장교가 재판장으로 참여하는 ‘심판관 제도’와 부대장 재량으로 선고 형량을 감경해 주는 ‘관할관 확인제도’ 등이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조장한다는 얘기다. 처벌이 무르니 성범죄가 되풀이된다는 것.
실제로 최근 5년간 발생한 군 성범죄 83건 중 올 8월까지 재판이 끝난 60건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3건에 불과하다. 감봉과 견책, 근신 등 경징계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영관급 이상 피의자 8명 중 1명(벌금형)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은 전원 불기소 처분에 그쳤다.
성범죄 가해자가 ‘성범죄 재판장’에 임명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다. 2010년 자살한 심모 중위에 대한 성추행 및 가혹행위 사건의 피의자인 A 중령은 형사입건되기 전인 올 1∼6월 사단의 보통군사법원 재판장을 맡아 성범죄 피의자 3명을 포함해 10명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그를 재판장으로 임명한 사람은 여군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17사단장이었다.
군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연루되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철퇴’를 내리는 미군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3월 미 육군은 일본인 여성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부하(대령)에 대한 수사를 고의로 지연시킨 마이클 해리슨 주일 미육군사령관(소장)을 준장으로 강등시켜 불명예 전역시켰다. 군 관계자는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의 신분 보장과 재판의 공정성을 고려해 민간법원에서 재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가해자와 사건을 은폐한 사람을 미국처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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