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2014년 8월까지 발생한 군내 성폭력 피해자 183명 중 여군 하사가 109명(59.5%)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대위(20명), 중사(13명), 중위(12명) 순으로 조사됐다.
성범죄 피해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중사 이하 여성 부사관인 셈이다. 상명하복이 엄격한 군 지휘체계에서 낮은 계급의 여성 부사관들이 성범죄의 최대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17사단에서 사단장 등 상급자들로부터 잇달아 성추행을 당한 여성 부사관도 하사였다. 2012년에도 여군 중사가 육군 준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군 관계자는 “성범죄의 상당수가 여성 부사관의 장기복무와 진급을 빌미로 벌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사권을 틀어 쥔 직속상관이 초급 여군 부사관을 범행 대상으로 노린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여군 부사관의 장기복무 신청 경쟁률이 수십 대 1이 넘는 상황을 악용한 부대 인사권자들의 성적 횡포를 근절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인권센터가 올해 펴낸 ‘군 성폭력 실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자의 계급별 분포 가운데 영관급(42.5%)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들은 여성 부사관의 장기복무 심사와 인사 평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견 간부다. 이 때문에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인사 보복이 두려워 상부에 신고하지 못하고, 이는 또 다른 성범죄를 야기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방부 관계자는 “영관급 중견 간부에 대한 성범죄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여성 부사관의 인권 보호와 인식 전환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