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미국 소니픽처스의 영화 ‘인터뷰’를 거론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원숭이’에 비유하는 등 원색적 비난을 했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27일 대변인 담화에서 “소니픽처스에 대한 해킹 공격은 우리와 아무 관련이 없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열대수림 속에 서식하는 원숭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그 누가 제 놈에 대한 테러를 줄거리로 한 영화를 만들었다면 지금처럼 ‘표현의 자유’를 떠들며 환영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국방위는 영화 ‘인터뷰’에 대해서도 국가수반의 명예 침해를 금지한 국제법에 배치되는 ‘불순반동 영화’라며 “반(反)테러를 주장하는 미국이 특정 국가에 대한 테러를 선동하는 것은 이중적 행태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인터넷망 불통 사태에 대해 “미국이 마치 코흘리개들의 술래잡기 놀음이나 하듯 우리(북) 공화국 주요 언론매체들의 인터넷 가동에 훼방을 놓기 시작했다”며 미국을 배후로 지목했다. 북한의 주요 웹사이트들은 다운 엿새째인 28일에도 간헐적으로 접속이 끊기는 접속불량 상태를 보였다. 중국 선양(瀋陽)과 단둥(丹東)에 서버를 둔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와 ‘류경’ ‘려명’은 23일 북한 주요 사이트들이 일제히 다운된 이후 불안정한 상태다.
한편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북한 국방위의 비난에 반응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겨울 휴가지인 하와이에 머무는 한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지금 당장의 정부 논평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앞서 올해 5월에도 오바마 대통령을 겨냥해 ‘잡종’ ‘광대’ ‘원숭이’라며 인종차별적 표현을 썼다. 당시 미 정부는 “추하고 무례하며 역겹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미국 하원 전문위원 출신인 데니스 핼핀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초빙교수는 동아일보에 보낸 e메일에서 “한 국가의 공식 매체가 이처럼 공격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일이고 북한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고 비난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