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르다. ‘정윤회 동향’ 문건 파문을 바라보는 청와대와 국민 간의 인식 차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누구를 만나 대화하든 이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 검찰 발표대로 문건은 ‘찌라시’겠지. 근데 어떻게 청와대에서 찌라시를 만들고 유출하고 이 난리법석을 피웠대? 그동안 청와대는 뭘 한 거야? 검찰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개입 의혹 등은 왜 수사를 안 했대? 비선은 정말 없는 거야? 에이 설마….”
이번에는 청와대의 인식이다. “거봐, 찌라시 맞잖아. 언론이 조응천(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 박관천(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놀아난 거야. 청와대 누구도 문제가 없는 걸로 드러났잖아. 근데 무슨 인적 쇄신이야. 언론이 먼저 반성해야 하는 거 아냐?”
윤두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6일 발언은 이런 청와대의 인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는 “몇 사람이 개인적으로 사심을 가지고 있을 수 없는 일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언론) 보도 전에 사실 확인 과정이 있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안타깝다”고 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애초 두 갈래였다. 문건의 진위와 유출 경위가 그것이다. 많은 언론은 세계일보가 지난해 11월 ‘정윤회 문건’을 처음 보도했을 때부터 고개를 갸웃했다. 시내 한복판에서 ‘정윤회와 십상시 모임’이라니 아무리 창조가 화두라지만 ‘문건까지 창조하나’ 싶은 느낌이 짙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문건 유출 배경에 언론 보도가 집중됐다. 이 사건이 권력암투설로 번진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가 문건 유출 사실을 알고도 8개월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여전히 미스터리다. ‘위기는 기회’라니, 이참에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집권 3년 차를 맞아 청와대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요구가 과연 무리한 것인가.
‘하인리히의 법칙’에 따르면 대형사고가 나기 전 29번의 작은 사고가 있고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있다고 한다. 사소한 징후를 보고도 시스템을 점검해야 할 청와대가 대형사고를 접하고도 “거봐, 찌라시 맞잖아”란 말만 되풀이하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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