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비리 근절 ‘김영란法’ 논란 쟁점은
공무원 가족-언론인-사학교원 포함, 대상 1500만명 추정… 적용범위 모호
‘표적수사’ 등 정치개입-공작 우려도
8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의 12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안 취지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과잉 입법과 위헌 소지 논란 등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법안을 심사할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9일 “원안보다 적용 범위가 확대된 데다 쟁점이 많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영란법을 적용하는 대상에는 공직자의 가족까지 포함됐고, 정부가 제출한 원안에 없던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관계자를 ‘공직자’로 규정한 것은 과도한 적용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국민 중 최대 1500만 명이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이날 “가족까지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은 과잉 입법이고 평등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도 “이 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 법 적용의 대상과 범위가 명확하고 정밀하게 규정돼야 하는데 너무 막연하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의견은 엇갈렸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립학교 교원처럼 공립학교 교직원과 사회적 위상이 같은 경우 공무원 의제로 처벌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법무법인 세종 김대식 변호사는 “언론인의 경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 등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문제가 나올 수 있다”며 “그 경계가 모호하거나 포괄적이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위헌적인 부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직자 가족까지 적용 대상이 되는 것과 관련해선 ‘연좌제’ 논란이 불거졌다. 윤남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족이 금품을 받았을 때 해당 공무원에게 책임을 지울 만한 객관적 요건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며 연좌제 논란을 피할 선결 조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란법 가운데 ‘국가가 공직자의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 수행을 할 수 있는 근무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도 언론의 공공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가 민간 언론사의 근무 여건과 처우 등에 개입할 여지를 두면 언론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가성이 없으며 선의에 의한 사인(私人) 간 거래까지 처벌할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과도한 법 적용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형법과의 충돌 가능성도 있다. 한 부장판사는 “공무원은 뇌물죄로, 비공무원은 배임수재죄로 각각 처벌하는 법 조항이 다르고 법정형에 차이가 난다”며 “그런데 김영란법에서 똑같은 양형으로 처벌한다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법 우선의 원칙을 적용해 해결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공무원 뇌물 수사에서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큰 난제였던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은 금품 수수 사실만 확인하면 되는 등 기소의 폭이 넓어졌다고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표적수사 등을 통한 정치 개입과 공작 가능성, 소액 수수자를 협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 등의 우려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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