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차기 국무총리 발탁설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9일 국회 본관 2층 집무실에서 만난 이 원내대표는 “5월 7일까지가 임기인데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정색했다.
‘차기 총리 후보자로서 능력과 자질을 갖췄느냐’고 우회적으로 질문하자 이 원내대표는 “에이 뭐, 그런 거북한 얘기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총리직을) 전혀 제안 받은 바 없다”며 5월 임기를 마칠 때까지는 목소리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총리설은 여전히 살아 있는 변수다. 이 원내대표가 최근 정홍원 총리의 스타일을 우회 비판한 것도 그냥 흘려보내기 어려워 보인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2월 소폭, 5월 대폭’이라는 순차 개각설도 이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시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가 총리 하마평에 오르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얘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원안 수정을 들고 나오자 충남도지사직을 던졌던 그는 “총리 자리에 연연해 소신을 바꿀 수는 없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한다.
여권에서 이완구 총리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그가 원내대표로서 보여준 역량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청와대의 암묵적 지지를 통해 추대된 이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2년 차 최대 고비였던 세월호 정국을 풀어냈고, 올해 예산안도 12년 만에 법정 기한 안에 처리하는 정치력을 발휘했다. 최근엔 공무원연금개혁특위와 자원외교 국정조사의 ‘빅딜’ 협상도 성사시켰다.
아울러 1974년 행정고시 출신으로 옛 경제기획원 충남지방경찰청장 충남도지사와 3선 국회의원을 거친 40년 공직생활은 그의 대표적 장점이다. 충남 청양군 출신인 그의 지역 기반은 지역 안배의 측면도 있다.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을 이겨내고 19대 국회에 돌아온 의지도 강점이다.
만약 그가 총리로 발탁된다면 정치적으로 ‘몸값’은 커진다. 하지만 여권 내부의 역학관계가 미묘해진다. 당 대표 출신인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직전 원내대표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하로 들어가게 된다. 특히 친박 핵심인 최 부총리와 민감하게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이완구 총리설이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을 촉발하는 뇌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에게 올해의 화두를 물어봤다. 그는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살리기에 올인(다걸기)하겠다”면서도 “정부와 여당, 여당과 야당, 정부와 야당과의 소통을 통해 서로 불신과 오해가 없도록 하겠다. 화합과 통합 속에 국정이 원활하게 굴러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일단 ‘원내대표’로서 이 같은 포부를 말했다. 하지만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상태에서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충청권 선두주자로서 총리 발탁이 무산될 경우에도 차기 여권 내에서 중책을 맡을 수 있다. 범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되는 그는 비교적 계파색이 옅기 때문에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계 사이 중재자 역할의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벌써부터 계파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당내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는 정치력이 돋보이는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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