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의 12일 신년 기자회견이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13일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답답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박 대통령이 국정 쇄신보다 ‘나 홀로 행보’를 선택한 듯한 인상을 주면서 집권 3년 차 출발이 오히려 불안정해졌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여당은 나름 선방하고 있는데 청와대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인적 쇄신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감이 불통 이미지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도 “(박 대통령이) 청와대 전면 쇄신을 약속해야 했다”며 “당장 못하더라도 쇄신 의지를 보여줬다면 국민 여론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은 “국민이 변화를 원하는 만큼 이재만(총무) 정호성(제1부속) 안봉근(제2부속) 비서관 등 박 대통령의 측근 보좌진을 사퇴시키지는 않더라도 업무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놓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친이(친이명박)계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其亂)’이란 글을 올렸다. 마땅히 잘라야 할 것을 자르지 못하면 훗날 재앙이 온다는 뜻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39.6%)이 공감한다는 답변(33.0%)을 앞섰다.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27.4%였다. 결국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측근 3인방의 위상만 더 공고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직접 “교체할 이유가 없다”며 무한 신뢰를 보냈기 때문이다.
친박계 중진들도 신년 기자회견의 ‘수혜 그룹’으로 꼽힌다. 박 대통령은 국회와의 소통과 정책 홍보 강화를 위해 대통령 특별보좌관(특보)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특보단이 실질적 역할을 하려면 중량급 인사를 기용해야 하고, 결국 친박계 중진들의 역할이 커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특보단 역할이 커질수록 청와대 정무 및 홍보 라인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특보단과 공식 업무라인 간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특보로 활동한 한 인사는 “특보단은 아무래도 공식 라인의 문제점을 건의하게 되고, 공식 라인은 특보단을 견제할 수밖에 없다”며 “특보단에 별도의 업무 영역을 맡겨 공식 라인과 충돌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신년 기자회견 이후 힘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이르면 2월, 늦어도 5월경 김 실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무성 대표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빠질수록 원활한 당청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김 대표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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