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비선실세 국정개입 문건유출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음종환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이 사표를 제출한 가운데,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음종환 행정관이 ‘배후’라고 말한 걸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14일 서울 마포의 한 식당에서 동아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음종환 행정관을 만난 건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11시 40분경. 당시 음종환 행정관과 같이 있던 손수조 당협위원장의 연락을 받고 뒤늦게 합류했다고 한다. 서울 경복궁역 근처의 한 술집에 도착하니 이미 빈 양주 병이 2개 놓여 있었다고 했다.
음종환 행정관은 이 자리에서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최근 방송에서 한 발언들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정윤회 동향’ 문건 파동의 배후가 있다”고 말했다는 것. “배후가 누구냐”고 묻자 음종환 행정관은 “김무성, 유승민”이라고 말했다고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주장했다. 그는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설명을 더 해 달라”며 몇 차례 되물었다고 말했다.
이후 이달 6일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의 결혼식장에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 의원 10여 명과 자리를 함께한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음종환 행정관의 말을 전한다. 술자리에서 들은 얘기를 전한 이유에 대해 “민감한 시기에, 십상시로 꼽힌 인사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청와대 내에서 당을 배후로 지목한다는 건 큰 문제라고 봤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8일 조윤선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도 연락했는데 이미 보고를 받은 것 같았지만 청와대로부터 연락받은 것은 없다”고 했다. 이어 “음종환 행정관이 13일 ‘만나자’고 했다가 취소하면서 ‘그날 일은 선배로서 한 훈계로 이해하라’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나에게) 보냈고 14일에도 항의성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했다. 앞선 13일 밤에는 이준석 전 비대위원과 음종환 행정관이 경복궁역 근처 술집에서 우연히 만나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음종환 행정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준석 전 비대위원을 만났을 때 박관천 전 행정관의 배후는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고 조 전 비서관은 TK(대구 경북)의 맹주인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대표에게 줄을 대 (국회의원) 배지를 달려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이 조 전 비서관 얘기를 빼고 엉뚱하게 연결해 김 대표에게 자신의 말을 왜곡해 전달했다는 것이다.
음종환 행정관은 “김무성 대표의 수첩에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는 당연히 검찰이 조 전 비서관에 대한 수사결과를 곧 발표할 것이라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해명했다.
한편 음종환 행정관은 논란이 불거지자 14일 오후 사표를 냈고 청와대는 즉각 이를 수리한 뒤 면직 처리하기로 했다.
이준석 음종환. 사진=동아일보 DB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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