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무성 수첩 사건’ 이후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당청(黨靑) 관계의 재정립을 요구하며 공세를 펼치고 나섰다. 반면 지난해 말 “김무성 대표가 독단적으로 당을 운영한다”며 바짝 날을 세웠던 친박계는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공수(攻守)가 뒤바뀐 셈이다.
김 대표와 가까운 재선의 김성태 의원은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건 배후 메모는)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 개인 차원의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청와대가 집권당 대표를 무시하면 대통령도 예우받기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대표가 (이야기를 전해들은 뒤) 진위를 파악하려고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전화를 해도 안 받았는데 이게 올바른 당청 관계냐”며 “당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뀌도록 대통령이 바로잡아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박계 재선인 김영우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만에 하나 (청와대) 비서관들 사이에서 제3, 제4의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때는 정말 수습이 안 되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조직개편을 잘해서 (당청 간)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친박계는 ‘지나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친박계 한 중진의원은 “미세한 현상으로 전체를 보려는 모순에 빠져 있다”며 “지나친 편견으로 당과 당청 관계를 대결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도 “김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문건 유출 사건의 배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비박계가 왜 이렇게 흥분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음 전 행정관은 이날 사표가 수리돼 면직 처리됐다.
이런 친박계의 반응은 지난해 말 대규모 모임을 갖고 김 대표를 겨냥해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건과 당협위원장 선출 등에 대해 ‘당직 사유화’ ‘독선’ 등 강한 어조로 비판했던 것과는 온도 차가 있다. 29일 열리는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서도 정치 현안은 언급을 자제하기로 했다.
친박계 청와대 행정관이 구설에 오른 만큼 비박계와 언쟁을 벌여 득이 될 것이 없고 계속 ‘김무성 흔들기’를 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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