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북전단 만류’로 北에 성의… 대화 불씨 살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7일 03시 00분


대북전단 단체 “당분간 살포 자제”

《 대북 전단 살포 단체들이 전단 살포를 자제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대북 전단 논란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16일 “김정은 암살을 그린 영화 ‘인터뷰’ DVD를 북한에 보내겠다던 박상학 씨가 ‘당분간 살포를 자제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민복 씨도 정부 당국자에게 “당분간 자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전단을 문제 삼아 대남 공세를 지속해 온 북한의 태도 변화가 주목된다. 》  

대북전단을 날려 온 박상학 이민복 씨는 15일 이덕행 통일부 정책협력관을 면담하면서 직접 “당분간 전단 살포를 자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국장이 직접 면담해 살포 자제를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통일부 측은 △대북전단 살포 반대 여론이 높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북전단 살포 자제를 언급했고 △대북전단 살포 제지가 정당하다는 사법부의 판결도 있다는 점을 들어 설득했다고 한다. 남북대화가 이뤄지면 설을 즈음해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키자는 점도 강조했다고 한다. 북한 김정은의 암살을 그린 영화 ‘인터뷰’ DVD를 미국 인권단체와 함께 20일 북한으로 날리려던 박 씨는 “이번 주말에 한국에 입국하는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논의를 거쳐 DVD 살포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통일부에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와 달리 대북전단 살포를 선제적으로 자제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어 보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 같은 움직임이 북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부는 주목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6일 “정부의 대북전단 살포 자제 설득 움직임이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의 장에 나올지 고민하게 하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박 씨의 DVD 살포 계획과 이 씨의 5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묵인하고 있다는 식으로 몰았고, 이를 남북대화의 조건으로 주장해왔다.

결국 DVD 살포 시점으로 예고했던 20일을 넘긴 21일부터가 대화 재개의 고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법·제도분과 위원장인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다음 주 남북대화에 대한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중국 일본과는 관계 개선이 안 되고 공을 들이는 러시아도 북한에 투자할 자금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손을 내밀 곳’은 한국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 교수는 “북한은 자신들이 남북대화 주도권을 확보했다고 믿으면서 표정을 관리하는 가운데 대화 관련 발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김정은에 대한 노골적 비난이 담긴 대북전단을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며 과민 반응했다”며 “따라서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자제시킨 것이 김정은이나 통일전선부에 대화를 하자고 설득할 명분을 줄 것”이라고 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화에 응하는 직접적인 형태가 아니더라도 ‘조만간 대화를 재개하자’라든지, 3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거론하며 ‘대화 시기를 조정하자’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북전단 살포 자제가 남북대화 재개로 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북한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한미 연합 군사연습 중단도 내걸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또다시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연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는 DVD 살포 예고 시점인 20일 이후에도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경우의 대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월 말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키 리졸브’가 시작되기 전에 북한과의 협의가 진전되지 않으면 설 전후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이고 광복 70주년 남북 공동행사 추진 구상도 흔들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19일 진행될 통일 외교 국방부 연두 업무보고에서 나올 박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가 주목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대북전단#만류#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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