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도전하는 유승민 의원(3선·대구 동을)은 최근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이 ‘문건 유출 사건’ 배후로 자신을 지목한 데 대해 불쾌한 표정이 역력했다. 근거 없는 ‘찌라시’ 발언으로 유야무야되는 분위기지만 유 의원에 대한 청와대 일부의 불편한 속내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 의원은 20일 통화에서 “터무니없는 얘기에 국정이 흔들리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말을 아꼈다. 5월 열리는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거듭 물었지만 “더이상 언급하거나 대응할 생각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앞서 지난주 국회 의원회관으로 예고 없이 유 의원을 찾아갔다. 최근 공식적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한 적이 없었던 터라 유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전에 뛰어든 솔직한 생각을 직접 듣고 싶어서였다. 그는 지난해 7월 전당대회 직후 김무성 대표의 사무총장직 제안을 거절했을 때부터 차기 원내대표 출마를 준비했다고 한다.
유 의원은 ‘원조 친박(친박근혜)’이다. “친박이란 말이 생긴 날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친박을 떠난 적이 없는데 나를 비박이라고 부르는 건 기가 막힌 일이다.” 그는 “나만큼 박 대통령의 성공을 사심 없이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편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웠다”고 말했다.
당시 유 의원은 ‘이명박 저격수’를 자임했다.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에겐 눈엣가시로 꼽힐 정도였다. 이후 2011년 7월 전당대회에서 홍준표 의원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당내 친박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그해 한나라당 보좌진의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으로 국민의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책임을 진다는 뜻에서 12월 최고위원직을 내려놓고 정치적 칩거에 들어갔다. 1년 뒤 대선 때는 박근혜 캠프와 거리를 뒀다. 2002년 이회창 대선후보 캠프의 최고 ‘책사’를 지내고 2007년 박근혜 대선 경선 캠프의 주역이었던 그로서는 ‘은둔’에 가까운 행보였다.
유 의원은 2012년 초 한나라당 당명 변경을 논의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앞에서 “당명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단순한 친박을 넘어서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겨냥한 듯 “얼라들(경상도 사투리로 ‘어린아이들’이란 뜻)”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래서 당청관계는 미묘한 질문인 듯했다. 유 의원은 “당과 국회가 정치의 중심에 서야 한다”며 “대통령을 돕는 건 집권 여당의 의무이지만 당이 거수기 역할만 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 정책에 대해선 “최소한 잃어버린 7년이라는 소리는 안 들어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원조 친박이면서도 탈박(脫朴)의 길을 걸으며 당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어 “서민 민생을 위한 당의 정책이 미흡했다는 게 국민들의 평가”라며 “서민을 위하는 당이 되기 위해서 정책적으로 더 중도 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미세한 좌(左)클릭’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들렸다.
원내대표 경쟁자인 이주영 의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국회의원들은 눈이 굉장히 날카로운 사람들이다. 국회의원들이 보는 눈을 만만하게 여기면 안 된다. 나 스스로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예측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받을 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