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으로 불똥 튄 연말정산 파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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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가계부, 내가 챙긴다]
朴대통령, 지방교부세 검토 지시
증세없이 재정부족 메우기 위해… 내국세 일부 지방이전 손질 시사
누리과정 우회지원 논란 재점화

연말정산 파동이 증세와 복지 논쟁을 거쳐 대통령발 지방재정 개편 논란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발단은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부금)에 대해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내면서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내국세가 늘면 교부금이 자동적으로 증가하게 되는 현행 제도에 대한 심층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97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도입했던 내국세와 지방교부금의 자동연동 구조에 메스를 대겠다는 것.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해 세수 결손이 11조1000억 원으로 예상되는 등 들어오는 돈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경직성 복지예산이 2018년 102조 원에 달하는 등 지출해야 하는 돈은 느는 답답한 상황을 반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정부는 지역 간 재정형평성을 위해 내국세 수입 가운데 일부를 지방에 이전해 왔다.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의 19.2%와 종합부동산세 총액을 재원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교부세는 전년 대비 1941억 원 증가한 35조6982억 원이었다. 교부금은 내국세의 20.27%와 교육세 총액을 재원으로 한다. 지난해 규모는 40조8681억 원으로 2013년보다 2018억 원 감소했다.

결국 지방으로 이전하는 세수를 조정해 ‘증세 없는 복지’라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재정 부족을 메우려는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연말정산 파동에서 드러나듯 조세 저항이 큰 상황에서 증세 카드를 꺼내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부금의 교부율 상향 조정을 주장해왔던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 야당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지난해 가까스로 파국을 넘긴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이 또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야권에선 “박 대통령의 언급은 대단히 미흡하고 단편적”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말씀대로라면, 학생 수가 감소하면 학교 통폐합을 적극적으로 유인해야 하고, 내국세 증가에 따라 지방에 내려보내는 교육교부금도 줄여야 한다”며 “교육과 복지에 대한 투자를 줄이자는 기획재정부의 레퍼토리를 반복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시도 교육청에선 생색은 중앙정부와 여당이 다 내고 예산 부담은 재정이 취약한 지방 교육청에 떠넘겼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어린이집 예산을 국고에서 부담하지 않는 이상 내년 예산안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반면 기재부는 올해 교부금 교부와 운용 지침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연말정산#증세#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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