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의 목소리는 밝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최근 여권의 혼란상을 “비상시국”이라고 진단했다. 이 최고위원은 27일 통화에서 “청년실업, 빈부격차, 급속한 노령화 등 국민 피부에 와 닿는 경제 상황 악화가 박근혜 정부가 봉착한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며 “여기에 일부 청와대 비서관들의 잘못된 행동이 지지율 하락에 불을 붙였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나름의 타개책으로 “청와대와 정부, 당이 혼연일체가 돼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진정성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당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정치적인 리더십은 당이 주도하고 정부는 실천을 하는 것인데 우리 정당은 그럴 능력이 없다. 빈껍데기만 있다”며 지론인 ‘정당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은 6선 의원인 데다 두 차례 대선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중진이다. 하지만 아직 당내 입지는 그렇게 넓지 않은 편이다. 2012년 11월 선진통일당(옛 자유선진당)과 새누리당 합당으로 15년여 만에 본가에 돌아왔지만 여당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199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해 국민신당 후보로 독자 출마하면서 김대중 정권의 탄생에 한몫을 했다는 ‘원죄’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7월 그가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것은 정치적 ‘복권’의 의미가 있다. 수많은 위기 속에도 정치적 생명을 이어온 ‘피닉제(불사조라는 뜻의 피닉스+이인제)’라는 별명이 주목을 받을 만했다. 이 최고위원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나 자신과 당원들이 이제 한 식구로서 동질감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절박하게 대권을 의식해서 일을 하는 것에서는 벗어났다”고 말했다. 대신 “대통령은 시대의 소명, 국민들의 바람과 여망이 한곳에 모일 때 탄생한다. 객관적인 대통령감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권에 대한 꿈을 버린 것이 아니라 벼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 최고위원이 주력하는 것은 자신만의 어젠다다.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승부는 새누리당의 체질 개선에 걸려고 한다. 현대의 정당은 정책정당이 돼야 한다는 지론 때문이다.
이 최고위원은 “정당의 후진적 구조가 만악(萬惡)의 근원”이라며 “정당의 정책역량이 거의 제로 상태다 보니 국가 발전이나 국민의 염원을 오히려 거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내 계파 갈등에 대해서도 “일할 능력이 없으니 자꾸 친박(친박근혜)이니 비박이니 하는 과거 인연을 갖고 싸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도 “당이 기준을 갖고 정책개발비 등에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다. 이게 정당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각설이 나돌 때마다 ‘이인제 총리론’도 끊이지 않았다. ‘충청권 맹주’의 잠재적 경쟁 상대인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내정에 대해 이 최고위원은 아쉽지 않을까 궁금했다. 그는 총리 인선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총리는 그때그때 대통령이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으로 대통령의 고유한 판단의 산물”이라고만 답했다.
이 최고위원의 의원실 탁자 위에는 ‘효당(曉堂)’이라는 붓글씨가 깔려 있다. 이 최고위원은 “아침 햇살에 빛나는 집, 즉 희망의 집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 앞에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숙제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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