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당국자는 29일 기자들을 만나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에 재임 시절 남북 간 물밑 접촉 뒷이야기 등의 영향이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그러나 정부 안팎에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남북간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비사’를 현 시점에서 전격 공개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회고록에 따르면 북한은 2009년 11월 통일부·통전부 실무회담에서 남북 정상회담 대가로 △옥수수 10만t △쌀 40만t △비료 30만t △아스팔트용 피치 1억달러 상당 △북한 국가개발은행 설립 자본금 100억 달러 등을 요구했다. 북한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선 “동족으로서 유감이라고 생각한다” 정도로만 언급하겠다고 주장했고, 우리 정부가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자 그 대가로 쌀 50만t을 지원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북한의 반발은 예고된 수순인 만큼 향후 남북 관계 개선이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측이 향후 남북 관계 경색의 책임을 우리 쪽으로 떠넘길 가능성도 나온다.
또 이번 회고록 내용을 빌미로 북한이 우리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부담과 압력을 가할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의 반응 및 남북 관계 현 상황 등을 종합적 고려해 (대화 기류를 이어가기 위한) 여러 대응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필요시 추가적 대화 제안이 가능함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회고록을 통해 공개된 북한의 모습에 대한 강한 비판과 함께 왜 우리 정부가 그런 북측에 대화를 구걸하느냐는 식의 강경 모드가 국내에서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의 회고록이 남북관계 관련 뒷이야기와 협의 과정 등을 역사적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에서는 평가받을 만 하지만 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류를 고려해 그 시점을 사전에 조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분단 및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 남북 대화를 모색하는 현 정부에 이번 회고록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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