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른바 ‘광우병 촛불시위’가 벌어질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이 전 대통령에게 전한 편지에 나오는 대목이다. 무슨 뜻일까.
김두우 전 대통령홍보수석은 30일 공개한 ‘오늘 대통령에게 깨졌다’는 책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김 여사는 청와대 밖의 여론을 전달하는 숨은 창구 역할을 했다”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 미처 담지 못한 사연들을 이 책에서 소개했다.
김 전 수석은 당시 “청와대 내에서는 시위대와 전경들의 충돌과정에서 희생자가 발생할까봐 크게 걱정을 하고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갑자기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절대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배경에 김 여사의 조언이 큰 몫을 했다는 것이다.
김 여사는 편지에 “한 생명이 태어나려면 입덧 기간이 있는데 아마도 지금이 그 때인 것 같다”라며 “바다에는 파도가 치기 마련이고 파도가 쳐야 산소가 공급돼 물고기들이 살지 않느냐”고 적었다. 촛불시위를 강경한 방식으로 진압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비유를 통해 완곡하게 전한 것이다.
또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에 새벽 4시 30분에서 5시 사이에 일어나 일찍 집무실로 향하자 김 여사는 “당신이 그렇게 출근하면 참모들은 그보다 한 시간 더 일찍 출근해야 한다”며 막았다고 한다. 김 여사의 충고를 받아들여 이 전 대통령은 출근시간을 오전 7시 30분으로 늦췄다.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 당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게 약속하자 김 여사는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김 여사는 류우익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재산을 전부 기부하면 아들 장가는 어떻게 보내느냐. 허경영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신혼부부에게 몇 억 원씩 준다고 하니까 우리는 허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도 “어머니에게 ‘자식들에게 유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고자 했지만 아내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고 김 전 수석에게 토로했다.
2006년 7월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퇴임한 뒤 서울 가회동 한옥으로 이사했을 때의 일화. 지지자들이 모여들자 김 여사는 “잘 생기지도 못한 이 사람을 도와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곳곳에서 ‘사모님이 왜 못생겼느냐’고 하자 “제가 아니고 눈이 조그만 이 사람(이 전 대통령)이요”라고 말해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한편 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내에서는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에서 토론이 2~3시간씩 이어지자 류 실장이 “봉숭아 학당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뭐냐”고 질책했다는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김 전 수석은 대표적 사례로 2009년 7월 서머타임제 추진을 여부를 놓고 토론이 벌어진 국무회의, 2010년 8월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여부에 대해 격론이 벌어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참석자의 실명을 언급하며 소개했다.
김 전 수석은 회고록 집필 당시 이 전 대통령에게 폐질환 관련 등 사적인 부분에 대해 물으면 “회고록에 쓸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말문을 닫아버려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김 전 수석이 반복해서 집요하게 물어야 이 전 대통령은 한 두 마디 씩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기자 출신인 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최악의 인터뷰이(interviewee)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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