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朴’ 유승민 원내대표 선출
친박 이주영에 84 대 65 압승… 2016년 총선 위기감에 ‘개혁’ 선택
劉 “靑 찾아가서라도 대화할 것”, 非朴 투톱… 당청관계 변화 예고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보다 민심을 선택했다.”
2일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에 3선의 유승민 의원(57·대구 동을)이 선출되자 의원들이 보인 반응이다. 당초 접전이 예상됐지만 유승민 원내대표-원유철 정책위의장 후보 조는 친박(친박근혜) 후보로 분류되는 이주영-홍문종 조를 19표라는 큰 표 차로 따돌렸다. 전체 149명 중 유 원내대표는 84표를, 이 의원은 65표를 얻었다.
이번 선거에서 이 의원은 ‘안정과 결속’을 강조한 반면 유 원내대표는 ‘개혁과 혁신’을 약속했다. 의원들은 박심을 바탕으로 ‘원활한 당청 관계를 이끌 적임자’라고 주장한 이 의원보다 변화를 약속한 유 원내대표를 선택했다. 내년 총선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여당 의원들이 ‘유승민 카드’를 선택함으로써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 스타일의 변화에 나서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3년 차의 위기를 맞아 주류인 친박이 몰락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 원내대표는 당 중심으로 청와대와 적극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이야기를 안 하면 내가 거기(청와대) 쳐들어가든지, 그쪽 분들을 부르든지 해서 대화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적 쇄신이 국민 눈높이를 충분히 감안한 과감한 쇄신이 됐으면 한다”며 “국정동력을 얻기 위해서도 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완구 전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호흡을 맞추며 김무성 대표를 견제하고 조율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와 김 대표는 모두 “당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비박’ 성향이 강한 만큼 당청 관계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어려운 모든 것을 당과 상의해 주길 바란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고 당장 청와대와 사사건건 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를 “친박이라는 말이 생기기 전부터 친박”이라고 말하는 유 원내대표는 이날 “콩가루 집안이 아니라 찹쌀가루 집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분열은 공멸’이라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하지만 당청 갈등의 뇌관은 곳곳에 깔려 있다. 대표적 경제통인 유 원내대표는 “현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라고 한 기조는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고, 분권형 개헌 논의에 대해서도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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