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보편적 복지’를 주장해 온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5일 처음으로 ‘선별적 복지’를 일부 수용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복지 체계 개편’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별적 복지의 범위를 놓고 여야의 인식 차가 커 논란이 예상된다.
○ 우윤근 “재정과 국민 요구에 맞춰 선별 복지 수용”
우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와 만나 “당 강령대로 (무상복지 등) 국민 기본권에 해당하는 분야는 보편적 복지의 원칙을 지키겠다”며 “다만 일부 항목은 재정과 국민의 요구에 맞춰 선별적 복지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강령에는 ‘보편적 복지를 통한 정의로운 복지 국가를 지향하되 선별적 복지와의 전략적 조합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한다’고 돼 있다.
복지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이날 다시 한번 ‘선별적 복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대표는 한국경영자총협회 강연에서 “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은 나태해진다”고 말했다.
○ 여야, 선별적 복지 대상 놓고 충돌할 듯
야당도 선별적 복지를 일부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문제는 항목과 범위다. 여당은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대학생 반값 등록금 등 이른바 ‘무상 시리즈’ 전체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은 무상급식, 무상보육은 기본적 복지로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무상급식을 하다 보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급식을 안 먹어 그대로 수거해 가는 업체가 생겼다고 한다”며 “(좌파 진영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손자라도 무상급식을 같이 해야 한다’지만 새누리당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소득에 따라 무상급식을 선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 원내대표는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은 당이 기본적 복지로 선언한 만큼 선택적 복지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무상의료, 기초노령연금, 반값 등록금 등은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는 “이 항목이 기본적 복지인지 선별적 복지인지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세수 구멍의 주범 격인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은 손댈 수 없다면서 다른 복지에서 찾아보자고 한 것은 ‘월척’은 두고 ‘잔챙이’만 만지작거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선별 전환’ 후폭풍 우려도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전 계층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복지의 대표적 정책은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이 꼽힌다. 정부와 새누리당에 따르면 올해 무상보육 예산은 지방비, 국비, 지방재정교부금까지 모두 10조2000억 원 정도다. 또 무상급식에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 예산 2조7000억 원 정도가 투입된다. 심 의원은 “공짜 보육 적용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만 줄여도 단순 계산으로 3조 원 이상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럴 경우 ‘혜택을 줬다가 빼앗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소득 상위 30% 계층에는 연봉 5000만 원 수준의 월급생활자도 포함돼 후폭풍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 측도 이를 고려해 “선별적 복지 혜택의 범위는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여당 내에서는 복지 구조 조정의 방안으로 ‘지방재정 효율화’를 검토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여야가 ‘선별적 복지’ 카드에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그 실행 방법을 두고 여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