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항소심, 선거법도 유죄]선거법 1심 무죄, 2심 유죄 왜
재판부, 심리전단 글 27만건 분석… 1심보다 4배 많은 증거 추가채택
‘특정후보 당락 영향’ 목적성 인정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이 정치 관여를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불법 선거운동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정원이 대선 당시 조직적인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을 의미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당초 1심 재판부는 국정원 심리전단의 활동이 ‘선거운동’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기소 혐의 중 선거법 위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시점을 전후로 인터넷 댓글과 트위터 글의 ‘질과 양’이 판이해졌다는 점에 주목해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 “2012년 8월 20일 이후 본격적인 대선 국면 전환”
항소심 재판부는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 20일 이후를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보고 이 시점 이후의 정치 관여 사이버 활동을 선거운동으로 판단했다. 단순히 여당을 지지하고 야당을 비판하는 정치 관여 활동도 선거 기간에 쟁점화되면 선거운동이 된다는 검찰 측 논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기존의 정치 관여 행위를 선거운동으로 평가하려면 계획적이고 능동적인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별도의 조직을 만드는 등 형식적인 전환의 계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8월 20일’을 기점으로 선거와 정치 관련 트위터 글이 양적·질적으로 급증한 점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1심이 증거로 인정한 트위터 계정 175개보다 4배 많은 716개의 트위터 계정을 증거로 추가 채택했다. 재판부는 2012년 한 해 동안 심리전단이 작성 유포한 트위터 글 27만여 건을 ‘정치 관여 글’과 ‘선거운동 글’로 나눴다. 재판부는 “2012년 7월부터 정치 글보다 선거 글이 많아지고 8월 20일 이후로 전체 트위터 글이 급증했다”며 “이 시점은 유력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이 정당 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선거구도가 가시화된 때로 ‘특정 후보자’를 염두에 둔 선거운동으로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8월 20일 이후 올린 글 내용과 전파 시점이 후보자별 상황이나 선거 쟁점과 맞아떨어지는 것도 불법 선거운동의 근거로 봤다.
○ “대선 전 심리전단 활동 감소는 선관위 감시 활동 의식한 것”
재판부는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은 이슈와 논지 등을 대량 확산하라는 지시와 직원들의 밀행, 사후 보고 등 조직적이고 체계적이었다”며 “능동성과 계획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심리전단 직원들이 선거 국면에서 동료들과의 협업을 통해 사이버 활동을 벌인 정황에 비춰 특정 후보에 대한 당락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성’도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사이버 활동의 정점에 있던 원 전 원장에게도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거나 낙선시키려는 ‘미필적 고의와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원 전 원장이 비록 직원들의 활동 내용을 세세하게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이를 감수하는 의사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1심에선 국정원 사이버 활동이 선거일을 앞두고 감소한 점을 들어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고 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선관위의 감시 활동을 의식하고 스스로 줄였을 가능성도 있다”며 “단순히 수가 줄었다는 것만으로 선거운동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원 전 원장이 부서장 회의 때 대선에 개입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도 “사이버 활동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취지”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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