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인간 존엄 짓밟은 독재자들…묘역 참배 부적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09시 40분


참여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천정배 전 의원은 10일 전날 문재인 신임 당 대표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것에 대해 “당 대표의 첫 일정으로는 적절치 않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천 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문 대표의 행보를 비판한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은)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인간의 존엄을 짓밟은 독재자들”이라며 “그런 독재자들과의 화해는 잘못된 역사가 청산되고 바로 세워진다는 전제 위에서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시점은 그러기는커녕 바로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 치하에서 유신독재 망령이 되살아난 듯한 엄중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런 때에 많은 피해 국민을 대변해야 할 야당이 할 일은 인권과 정의와 민주주의를 결연하게 옹호하는 것이지 화해 제스처를 앞세울 일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전직 대통령의) 묘소 참배보다는 양극화로 고통 받는 대다수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일정, 이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선행 됐으면 어땠을까 이렇게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공과와 관련해 국민은 후하게 평가하는 분위기’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또 나아가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든가 그 세력이라고 해서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정권과 대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든가 소통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점은 앞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그 문제하고 적어도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인간의 존엄을 짓밟았던 독재자 행태에 대해선 그 문제가 청산내지 어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전제 위에서 화해가 있어야 진정한 화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고 뭐 비유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행랑채에 사는 사람들이 안방마님을 용서해준다고 해서 그 불평등한 상황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의미가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정동영 전 의원 등이 주도하고 있는 국민모임 합류여부와 관련해선 “당 안팎의 개혁세력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될 것인지 당내에서 역할을 해야 될 것인지 뭐 이런 고심을 거듭 하고 있다”며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조만간 말씀을 드려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곧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 밖에 있는 사람이라면 하등 망설일 필요가 없지만 저는 당에 오랫동안 있었던 사람이고 이 당이 어려워진데 대해서 책임도 큰 사람이고 당의 혜택도 많이 입은 사람”이라며 “제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 하는 문제는 그렇게 일반론하고 다른 측면이 있다. 그런 점들을 두루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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