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비 前 호주 대법관, 北인권침해 손 못 대는 유엔 시스템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1일 16시 58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를 이끈 마이클 커비 전 호주 대법관이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지 못하는 유엔 시스템을 비판하고 나섰다.

커비 전 위원장은 COI보고서 발표 1주년을 기념해 17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합동 세미나 발표문에서 “유엔에서의 투표는 문제가 되는 (북한 등의) 인권침해를 시정하고 끝내는 것보다 지정학 등 다른 고려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심지어 지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유엔총회 본회의를 통과한 북한인권 결의안은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됐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분명해 ICC 회부 등은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그는 ‘COI보고서 이후의 북한-딜레마와 패러독스’라는 A4용지 15쪽의 글을 통해 “이런 결함은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향유하는 거부권에서 명백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COI보고서에 따른 북한인권결의안이 안보리에 상정됐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 때문에 결정이 미뤄지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커비 위원장은 또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가해자’인 북한이 투표권을 가지고 자신들의 반대의견을 마음대로 개진할 수 있는데 비해 ‘피해자’인 북한 주민들은 투표권도 없고 아무런 목소리를 낼 수조차 없는 현실을 언급했다.

이어 “COI보고서로 인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언제라도 다른 더 긴급한 현안들로 대체될 수 있다”며 “단거리 달리기 선수가 아니라 마라톤 주자로서의 헌신이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의 노력을 당부했다.

커비 전 위원장이 참석하는 ‘북한인권: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의 대토론회는 17일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북한인권위원회(HRNK),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기념재단, 연세대 등 한국과 미국의 4개 기관 공동 주최로 열린다.

워싱턴=신석호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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