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인준 진통땐 개각 설 뒤로 늦출듯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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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대사 김장수 내정]
17일 靑비서실장-개각 발표 계획… 밤늦게 인준땐 제청권행사 어려워

박근혜 대통령의 인적 쇄신 구상이 난기류를 만났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투표를 두고 여야가 격렬하게 대립하면서 박 대통령의 정국 전환 구상도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청와대에서는 대통령비서실장 교체와 개각 발표가 설 연휴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16일 이 후보자의 인준 투표가 순조롭게 마무리된다면 설 연휴를 하루 앞둔 17일 비서실장과 소폭 개각 인선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문제는 인준 과정이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야당의 반발로 투표가 지연돼 16일 오후 늦게 결과가 나온다면 물리적으로 박 대통령과 이 후보자가 만날 시간이 없다.

박 대통령은 새 총리가 헌법에 보장된 장관 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개각을 계속 미뤄왔다. 새 총리와 소통하면서 자신의 불통 리더십에 대한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다. 그런 만큼 이 후보자와 상의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 채 개각 명단을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총리가 형식적으로 제청권을 행사하는 모양새를 취한다면 오히려 인사 지연에 대한 비판만 커질 수 있다”며 “17일 오전에는 국무회의가 예정돼 있어 16일 오후 박 대통령과 이 후보자가 만나지 못한다면 17일 개각 발표도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18일부터 시작될 설 연휴로 국민의 관심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17일 인선을 발표할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는 설 연휴 이후 여론 흐름을 살핀 뒤 인적 쇄신을 하는 것이 국면 전환에 더 효과적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검증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입은 점도 박 대통령에게 부담이다. 새 총리를 세워 국정동력을 회복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추가 인선에 대한 부담만 커진 것이다. 이 후보자 인준 이후 국민의 시선은 단연 후임 비서실장에게 쏠릴 것이다. 참신한 인사를 발탁한다면 국면 전환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인사 실망감’만 키울 수도 있다.

현재 여권에서는 후보군으로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권영세 주중국 대사 등이 거론된다. 현 수석부의장은 두루 원만한 스타일이지만 김기춘 비서실장과 함께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라는 점이 부담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 위원장의 발탁은 탕평 인사로 비칠 수 있다. 다만 박 대통령과 손발을 맞춘 경험이 적어 비서실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권 대사에 대해서는 야당의 거부감이 적지 않다. 야당은 2013년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청문회에 권 대사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해 여전히 국정 장악력을 핵심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책 분야를 현정택 대통령정책조정수석에게 맡긴 만큼 당정청 소통에 능한 인물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인적 쇄신#총리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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