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티타임 때 전체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평소 박근혜 대통령 뒤로 몇 걸음 떨어져 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일종의 작별 인사를 나눈 것.
실제로 윤두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후임 비서실장 발표를 설 연휴 이후로 미뤘다.
○ 후임 비서실장 인선 놓고 고민 깊어
개각이 이뤄졌지만 새 총리를 포함한 내각과 손발을 맞출 비서실장 인선을 선뜻 내놓지 못할 만큼 박 대통령은 후임자 선택에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권영세 주중국 대사 등 후임자 하마평이 무성하지만 국정 쇄신에 부합하는 ‘제3의 인물’을 찾기 위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는 설까지 나온다.
박 대통령은 ‘1·23 인적 쇄신’ 당시 예상을 깨고 비서실장 대신 국무총리 교체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이 총리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병역 논란과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한 데다 언론관마저 도마에 오르면서 박 대통령의 인적 쇄신 구상도 스텝이 엉켰다. 비서실장은 자신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원로 정치인 중에서 발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여당 지도부에서마저 ‘전면적 인적 쇄신’ 요구가 빗발친 것도 부담이 됐다.
○ ‘내각제’ 이후 현역 의원 장관 비중 가장 높아
‘2·17 개각’에서도 정치인 발탁은 두드러졌다. 4명 가운데 2명이 현역 의원이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모두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총리와 17개 부처 장관 중 3분의 1인 6명이 현역 의원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현역 의원 출신 장관은 2명이었으나 취임 2년 만에 3배로 늘어나는 것.
박 대통령은 위기 때마다 정치인 발탁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지난해 2월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을 해수부 장관에 발탁했고, 경기침체 국면에서는 ‘최경환호(號)’를 출범시켰다. 김명수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낙마 때도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를 내세웠다.
박 대통령의 ‘인사청문회 포비아(공포증)’가 결정적 배경으로 보이지만 현역 의원의 잇단 차출이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 대통령제를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비판하는데, 의원들이 행정부로 들어가면 대통령에게 권력이 더 집중되고 삼권분립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비판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6명의 현역 의원 중 상당수가 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물러날 경우 내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한시 내각’이 될 수도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그래도 장관으로 가면 최소한 1년 이상은 있어야 안정적으로 뭔가를 이룰 수 있다”며 “그 점(20대 의원 불출마)에 대해선 본인들과 잘 상의해 보겠다”고 했다.
여야의 평가는 엇갈렸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에 사력을 다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전면적인 인사 개혁을 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크게 못 미치는 인사”라고 혹평했다.
▼ 대통령외교비서관 문승현, 안보실정책조정비서관 이정규 ▼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대통령외교비서관에 문승현 외교부 북미국장을, 대통령국가안보실 정책조정비서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에 이정규 국방부 국제정책관을 임명했다.
문 내정자는 외교부 의전총괄담당관, 북미1과장, 주미 공사참사관, 북미국 심의관을 거쳐 북미국장으로 근무했다. 이 내정자는
외교부 한미안보협력과장, 조정기획관, 인사기획관을 거쳐 2013년부터 국방부 국방정책실 국제정책관으로 활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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