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22일 부인 박영옥 여사의 빈소 한쪽에 마련된 내실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구순(九旬·90세)을 맞은 김 전 총리는 휠체어 앞 테이블에 수북이 쌓여 있는 하얀 냅킨으로 연신 눈가를 훔쳤다. JP는 건강이 좋지 않아 휠체어에서 일어서지 못한 채 내실에서 조문객을 맞았다.
JP는 이날 조문 온 정치인들에게 “정치는 열매를 국민이 따먹고 정치인에게는 남는 게 없는 허업(虛業)이다” “정치인은 국민을 호랑이로 알아야 한다”는 평소 지론을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소개하면서 “국회선진화법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소개하자 “(그런 것은) 왜 만들었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도 이날 빈소를 찾았다. 박 회장은 “집사람(서향희 변호사)이 쌍둥이를 임신해서 숨이 차서 다니지 못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환담 자리에 있었던 배병휴 월간 경제풍월 대표가 “박근혜(대통령이) 대통령이 됐는데 왜 동생이 청와대에 못 들어가나. 아주 비정상이다”라고 말하자 JP는 “뭐 그런 사정이 있겠죠”라고 했다. 박 회장은 “허허” 하고 웃기만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재무부 장관을 지낸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도 조문했다. 박 대통령의 원로 7인회 좌장으로 거론되는 김 상임고문은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성사 당시 JP의 핵심 측근이었지만 JP가 내각제를 포기하자 1999년 자유민주연합을 탈당하고 한국신당을 창당했다.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JP와 손잡으려 했을 때도 김 고문의 반대로 무산됐다.
김 고문은 상가를 나서면서 “벌써 오래전에 지난 일은 다 잊어버렸다. 한때는 서로 갈라섰지만 나와 JP의 관계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JP는 부인의 입관식을 마친 뒤 오후 9시 20분경 서울 신당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첫날 빈소에 조문객이 너무 많이 몰려 피로감을 느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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