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올해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해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장관에서 차관으로 참석자의 격(格)을 낮춘 반면 북한은 외무상이 직접 참석하는 등 엇갈리는 행보를 예고했다.
지난해 한국에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인권이사회에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해법 마련을 직접 촉구했다. 한국 외교 수장이 인권이사회에서 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윤 장관은 일본의 위안부 해법 외면에 대해 “역사적 진실을 외면한 반인도적, 반인륜적 처사이자 유엔이 만들어온 인권 토대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와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윤 장관이 직접 거론했다. 전년(2013년)에 보고서를 발간한 북한 인권조사위(COI) 활동이 이어지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노력이 보태져 지난해 11월과 유엔 총회에서 COI 보고서에 바탕을 둔 역대 가장 강력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채택됐다.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가 처음으로 의제로 채택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인권이사회에는 윤 장관에서 조태열 외교부 2차관으로 참석자가 바뀐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올해가 한일 국교수립 50주년이고 위안부 해법 마련을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이어지는 한일 국장급 협의 등 고려해야할 사정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24일 “인권이사회는 다자(多者)외교를 담당하는 2차관 또는 다자외교조정관(1급)이 참석해온 것이 그 동안 관례”라며 특별히 격이 낮아진 게 아니라고 밝혔다. 인권이사회 기간 동안 윤 장관은 대통령 중동 순방을 수행한다.
반면 북한은 이수용 외무상을 처음으로 인권이사회에 보냈다.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때도 북한 인권문제 논의 저지를 위해 외무상으로는 15년 만에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던 이수용은 21일 이미 북한을 출발해 제네바로 향한 상태다. 몽골에 들렀다가 스위스행 비행기를 이용할 이 외무상은 1992년부터 2000년까지 12년간 주스위스 북한대사로 근무해 현지 사정도 정통하다.
북한은 COI 보고서에 포함됐던 탈북자 신동혁 씨의 증언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이 드러난 것을 계기로 ‘인권 논의 전면 배격’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서세평 주스위스 북한 대사도 유엔 인권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신 씨의 거짓 증언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다.
하지만 북한이 기대하는 만큼 인권 논의를 저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북한 인권 문제 논의는 국제사회에서 흐름이 정착된 상태”라며 “올해 인권이사회도 이 흐름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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