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비서실장 교체]
주일대사-국정원장 잇단 발탁 이어… 돌려막기 비판 무릅쓰고 또 중용
남북-한일관계 돌파구 마련도 염두… 李실장 “대통령-국민 가교 될것”
27일 인적 쇄신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대통령비서실장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차 ‘국정운영 체계도’가 완성됐다. 이병기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은 정무형으로 정치권과의 소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호흡을 맞춰 막혀 있는 남북·한일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역할도 맡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 활성화 분야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투 톱’이 전담하게 된다. 현정택 대통령정책조정수석은 사실상 정책실장 역할을 맡아 큰 틀에서 ‘정책 조율’에 나선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공직사회 부패 척결 같은 국가혁신 분야를 담당하게 된다. 지금까지 ‘왕(王)실장’으로 불린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원 톱’이었다면 집권 3년 차를 맞아 이 비서실장과 이 총리, 최 부총리, 현 정책조정수석 등이 동시에 뛰는 ‘토털 사커’로 국정운영의 전술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이 ‘돌려 막기 인선’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국가정보원장 임명 8개월 만에 이 비서실장을 발탁한 데는 그의 정무감각과 외교수완을 높이 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비서실장은 1974년 외무고시 8회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뒤 1981년 노신영 당시 외무부 장관과의 인연으로 노태우 정무장관의 보좌역을 맡으면서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다. 노태우 정부에서는 대통령의전수석비서관을 지내며 실질적인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 김영삼 정부 때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 2차장으로 황장엽 씨 망명에 관여했다.
박 대통령과는 의전수석 시절 얼굴을 익힌 뒤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선거를 도우면서 가까워졌다. 이 비서실장은 2006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등과 함께 비밀리에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준비한 ‘원조 친박(친박근혜)’ 멤버다. 2007년 경선 때는 박근혜 캠프 선거대책부위원장을 맡았다. 2012년 대선 때는 충청권 승리를 위해 한나라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이 비서실장은 현 정부 들어 주일본 대사, 국정원장에 잇달아 발탁되면서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비서실장으로서도 상당히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국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우선 국정의 무게추는 청와대에서 여당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박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은 25일 처음 열린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서는 여당 주도 방침이 분명해졌다. 이 비서실장은 김기춘 전 실장과 달리 김 대표와 수시로 소통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비서실장은 사전에 새누리당 지도부와 원활하게 소통하면서도 박 대통령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고도의 정무적 감각을 발휘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대야 관계 조정도 이 비서실장의 숙제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6일 경제와 안보를 의제로 박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의했다. 이를 계기로 야당과 협력 관계를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비서실장은 인선 발표 직후 “대통령과 국민이 지금 저에게 기대하는 주요 덕목이 소통이라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더욱 낮은 자세로 대통령과 국민 간 소통의 가교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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