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4일. 청와대로 박근혜 대통령을 찾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사진)은 평양특사를 전격 자원했다. 일주일여 동안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당시 류 장관은 경색된 남북 관계를 바꾸겠다는 의욕에 넘쳐 있었다. 그러나 류 장관의 ‘평양 특사의 꿈’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특사 자원 사실을 외부에 유출해 장관직 교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게 됐다.
1일 정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류 장관이 박 대통령을 만나 내놓은 ‘평양 특사안’은 당시 배석한 다른 청와대 외교안보 관계자들과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은 아이디어였다. 사전 협의가 없었던 만큼 이들의 지지도 얻을 수 없었다는 것. 직답을 피한 채 자리를 뜬 박 대통령은 그 직후 정부가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이듬해 1월 중 당국 간 회담을 열자고 북한에 제의하는 형식을 택했다. ‘특사카드’ 대신 통준위를 남북대화 동력을 살리는 채널로 선택한 셈이다.
이후 류 장관은 무산된 평양특사 제안 사실을 사석에서 털어놨고 이 내용이 ‘돌고 돌아’ 류 장관 본인에게도 다시 보고가 됐다는 것이다. 외교안보 소식통은 “통일부뿐 아니라 여의도나 청와대 쪽에서도 류 장관의 이 같은 사석에서의 발언이 알려졌을 것”이라며 “이번 통일부 장관 교체 배경은 이 일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장관 개인의 실언 문제라기보다는 총체적 외교안보라인 내 소통 및 전략 부재를 엿볼 수 있는 일화”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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