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사드 논쟁]
軍안팎서 효용성 의문 제기… 낙하 마지막 단계서만 요격 한계
“사드 등 다층 체계 구축” 목소리
군 고위층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등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주장하는 주된 이유가 우리 군의 독자적 미사일방어망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20년대 초중반을 목표로 추진 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의 요격 수단은 장거리지대공미사일(L-SAM·개발 중)과 패트리엇(PAC-3) 미사일, 중거리지대공미사일(M-SAM) 등이다. 이 미사일들의 요격 고도는 15∼70km.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대기권 밖 정점을 지나 낙하 마지막 단계(종말단계 하층방어)로 접어들 때 요격할 수 있다. 지상에 도달하기 직전에야 제거 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당시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이 주관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관련 세미나에서 최봉완 한남대 교수는 “북한의 노동급 탄도미사일에 대한 PAC-3 미사일의 요격 가능 시간이 1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허술한 요격 수단을 갖고서 단 한 발만으로도 서울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핵미사일을 방어한다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북한의 핵미사일을 더 높은 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는 다층방어 체계를 구축해 요격 시간과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드나 SM-3 미사일 도입 주장이 힘을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이스라엘 등도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다양한 요격 수단을 개발 중이거나 배치해 놓고 있다.
군 상층부에서도 KAMD 체계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등 핵미사일 위협 증대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종말단계 하층방어’만 고집하는 게 과연 합리적 선택이냐는 지적이다. 군 고위 당국자는 “10여 년 뒤 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탄도탄 위협 대응 차원에서 KAMD보다는 다층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게 국익과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전역의 탄도미사일이 한국을 향해 발사되기 직전 30분 내 선제 타격으로 제거하겠다는 ‘킬 체인(Kill Chain)’도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면전을 불사하고 대북 선제 타격을 실행에 옮기기 힘들다는 한계도 있다.
일각에선 15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KAMD 체계와 킬 체인보다는 사드와 이지스함 발사용 SM-3 미사일을 도입해 다층요격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낫다는 의견도 있다. 6대의 이동식 발사대와 발사대당 8발씩 총 48발의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사드 1개 포대 비용은 2조 원이다. 한국 전역 방어에는 2∼4개 포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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