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병사 124명 유서 분석해보니…대부분 軍문화 보다 ‘이 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6일 16시 32분


군 조직 내에서의 직접적인 가해보단 입대 전부터 형성된 자기 비하감 등 내적 갈등이 병사들의 자살 결심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기를 거치며 자살 위험에 노출된 일부 병사들이 억압된 조직문화를 접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광운대 대학원 범죄학과의 임석현 씨(56)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박사학위 논문 ‘유서에 나타난 병사들의 자살심리 프로파일링에 관한 연구’를 16일 발표했다. 2008부터 2012년 사이 자살한 육·해·공군 병사 124명의 유서를 분석한 결과다.

임 씨는 자살한 병사들을 자살 요인에 따라 내적 요인 집단과 분노충동 요인 집단, 현실 도피적 요인 집단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절반에 가까운 56명(45.2%)이 내적 요인 집단으로 분류됐다. 이 집단 병사들은 유서에 심한 좌절감과 자기혐오 등의 내용을 남겼고 한 병사는 병영생활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음에도 “나는 실패작이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했다.

유서에 주변인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 분노 등을 표출한 경우인 분노충동 요인 집단은 19명(15.3%)으로 나타났다. 또한 죄의식이나 자살에 대한 두려움 등의 내용을 남긴 현실도피 요인 집단은 11명(8.9%), 내적요인과 현실도피 요인이 혼합된 집단은 19명(15.3%)으로 나타났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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