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식별구역(ADIZ) 논란 때처럼 사드도 한국이 외교적으로 풀 수 있다. 하지만 여론이 너무 앞서 나가 움직일 여유가 없어 문제다.”
외교부 당국자는 17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논란이 커지자 이렇게 하소연했다. ADIZ 논란 당시 한국은 대응방향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돌파한 반면 사드는 한국이 미중 등 주변 강대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2013년 11월 이어도까지 포함한 ADIZ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미국은 “중국의 새 ADIZ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군용기를 출격시켜 무력시위를 벌였다. 동북아 정세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이때 한국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한국의 ADIZ 확대 조치를 단행하며 대응했다. 62년 만에 ADIZ를 재조정하면서 그동안 미국 일본 등을 의식해 포함하지 못했던 이어도 마라도까지 포함시킨 것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비행정보구역(FIR)과 한국 ADIZ를 일치시킨 것이어서 국제규범에 맞았다. 중국과 달리 관련국들의 오해가 없도록 사전 설명까지 거치는 노력을 기울인 성과였다. 이에 대해 이해 당사국의 항의가 없었다. 오히려 관계를 돈독히 만든 계기가 됐다. 출범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 박근혜 대통령이 거둔 대표적인 외교 성과로 불린 이유였다.
반면 사드 관련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한국 정부는 ‘제안도, 협의도, 결론도 낸 적이 없다’는 ‘3 No(부인)’ 언급만 반복했다. 미국 당국자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필요하다” “비공식 협의는 있었다” “대상 부지도 조사했다”고 발언을 이어가면서 이런 ‘3 No’ 답변은 군색해졌다.
한중 양국 간 발전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맞는 수준으로 안보 문제 협의를 충분히 진행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중은 2013년 양국 정상회담에서 ‘실장급 안보 채널’을 갖기로 합의하고 같은 해 11월 김장수 대통령안보실장과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전략대화를 열었지만 정례화하지 못한 채 방치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