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뒤 3년 4개월 동안 주요 산하기관 임원의 인사 공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9일 서울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산하기관 임원 업무 공백 기간 현황’에 따르면 서울메트로, SH공사 등 17개 주요 산하기관의 대표, 감사, 본부장 등에 대해 2011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99차례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개월 이상 공석 기간이 있었던 사례는 모두 43차례였다. 6개월 이상의 공석 이후 인사가 이뤄진 건 13차례, 1년 이상 공석인 경우도 2차례나 있었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기술본부장이 지난해 6월 퇴직한 뒤 현재까지 9개월째 공석이다. 서울메트로가 공모 절차를 통해 임용 절차를 밟고 있지만 일각에선 ‘이미 내정자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조사 기간에 이뤄진 서울메트로의 13차례 인사 중 3개월 이상의 공석 이후 인사가 11차례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주택 사업을 관장하는 SH공사도 공공주택본부장이 지난해 2∼12월 공석으로 비워져 있었다. 지난해 11월 변창흠 사장이 취임하기 전에는 3개월간 대표이사가 공백이었고, 비상임이사 2명은 각각 2013년 10월∼올해 3월 현재 1년 5개월, 지난해 6월∼현재 9개월간이나 공석이었다.
막말, 성희롱 논란을 일으킨 뒤 지난해 12월 사임한 박현정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도 앞서 11개월간 공석(2012년 2월∼2013년 1월)인 자리에 임명된 바 있다. 이 밖에 서울시 도시철도공사에서도 비상임이사 2명이 각각 8개월, 6개월째 선임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산하기관 주요 임원 공백 사태에 대해 이노근 의원은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를 자리에 앉히려다 보니 자격이 되지 않아 인사 공백 사태가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지나친 자기 사람 챙기기 행태 때문에 서울시 산하기관의 업무 마비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서울시 산하기관 주요 임원 자리에 박 시장과 인연을 맺었거나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인사가 주로 임명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본부 노동특별위원장이었던 석치순 씨를 도시철도공사 기술본부장으로, 후보 캠프 조직기획위원장을 맡았던 최승국 씨를 서울시설공단 비상임이사로 각각 임명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서울시는 대표적인 ‘코드 인사’ 사례로 꼽혔던 안영노 서울대공원장은 다음 달 2년 임기가 끝난 뒤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문화기획전문가이자 인디밴드 보컬 출신인 안 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의승 서울시 행정국장은 “산하기관에 맞는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을 적법한 공모 절차를 거쳐 선발했을 뿐 일각에서 지적한 ‘보은 인사’나 ‘코드 인사’는 이뤄진 적이 없다”며 “다만 적합한 후보가 없어 재공모 절차를 거치다 보니 인선이 늦어진 곳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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