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의 사회탐구]공무원연금 개혁, 2009 실패 뒤따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03시 00분


정성희 논설위원
정성희 논설위원
다들 잊은 듯한데 지금 공무원연금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개정한 것이다. 당시 개정안은 기존 공무원 연금은 그대로 두고 신규 공무원 연금을 줄여 단기적 재정안정을 이루는 내용이었다. 6년도 안 돼 공무원연금을 뜯어고쳐야 하는 것은 당시 개혁이 완전한 실패였음을 보여준다.

흥망성쇠 좌우하는 이익집단

현재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보면 2009년의 전철을 되밟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는 지난달 28일 활동을 마감했다. 대타협기구가 성사시키지 못한 합의안을 실무기구를 통해 계속 논의하기로 했으나 실무기구를 어떻게 구성하며 활동 시한을 언제까지로 할까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은 “실무기구는 정부와 공무원 위주로 논의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야당이 논의 과정에서 빠질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이러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물 건너가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연금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6년 전 연금 개혁 과정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2011년 3월 한국정책학회보에 게재된 민효상의 ‘공무원연금은 왜 점진적 개혁에 머물렀는가’란 논문에서 그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이 논문은 당시 공무원 대표들이 2차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서 실질적인 개혁 거부자의 역할을 한 것을 실패 원인으로 꼽는다.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1기, 2기 등 두 차례로 운영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7월 출범한 1기에서는 공무원노조와 시민단체 인사가 각 2명에 불과했고 위원 대부분이 정부 측 인사였다. 그런 만큼 부담률은 높이고 수급률은 낮추는 개혁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이듬해 1월 1기에서 발표한 정책건의안은 당시 국민연금 개편안이 당초 정부안과 달라졌다는 이유로 폐기되고 공무원연금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구성된 2기에서는 참여 위원 수도 늘고 공무원노조가 추천한 전문가 2명이 새로 영입돼 정부 측 인사들이 과반수에서 2명이 부족하게 됐다. 공무원노조 시민단체 수급자단체가 연대해 정부 측 연금 방안에 태클을 걸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개혁 성과를 내야 하는 정부는 초조해졌다. 그러다 보니 나온 절충안이 재직자와 퇴직자의 연금은 그대로 두고 신규 공무원 연금을 축소하는 안이었다. 신규 공무원 대표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 안은 정부와 공무원 기득권층 모두를 만족시키며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었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국민은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한참이나 남았는데도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에 합의했다. 공무원들은 연금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개혁을 못 하겠다고 한다. 둘을 가른 요인은 무엇일까. 미국 경제학자 맨커 올슨은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강력한 이익집단의 등장이 경제적 번영의 발목을 잡으며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관피아 행태나 연금 개혁에 관한 태도를 보면 공무원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이익집단에 속한다.

국민, 조직화한 공무원 못 당해

공무원연금 개혁이 지지부진한 이유도 국민이 조직화해 있지 않은 반면에 공무원들은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민주노총을 떠받치는 중요한 축이기도 하다. 이해당사자를 논의 기구에 참여시킬 경우 실패를 예약하는 것임을 알려준 게 2009년 연금개혁이다. 그 실패를 되풀이할 것인가.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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