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관계자는 2일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실무기구 구성에 합의한 뒤 이렇게 말했다. 여야의 극한 대립 직전에 겨우 접점을 찾으면서 한숨 돌린 셈이다. 그러나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4·29 재·보궐선거가 ‘복병’이라는 우려도 있다. 사활을 건 승부 앞에서 현안은 내팽개쳐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7일로 종료가 예정된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자원외교국조특위)’도 여야의 기 싸움으로 청문회조차 못할 지경이다. 지난 87일간 헛심만 쓴 셈이다.
○ 불씨 남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여야가 2일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실무기구 구성에 합의하면서 물꼬를 트긴 했다. 그러나 4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처리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날 여야 원내지도부는 실무기구 활동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합의안을 마련해 특위에 제출하도록 한다’고만 했다. 실무기구 논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여야가 특위에서 ‘반쪽짜리’ 개혁안을 만들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정국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실무기구의 활동기한을 정하지 않았다”며 “다만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와 같이 다음 달 2일까지 기한을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도 “지난해 12월 23일 합의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실무기구도 그 안에서 활동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지난해 12월 23일 ‘여야는 연금특위 활동기한 종료 때까지 개혁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4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 날인 다음 달 6일을 마지노선으로 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무기구의 활동기한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새누리당이 한발 물러선 것도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에 암묵적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 MB 집 앞에서 ‘시위’ 한 야당 의원들
자원외교국조특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이명박(MB) 전 대통령 자택을 찾아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한 ‘핵심 증인 5인’의 청문회 출석을 촉구했다. 청문회 증인 채택이 어려워지자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 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통령은 청문회에 나와 국민 앞에 자원 개발의 정책 결정 및 추진 과정의 의혹에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증인 다섯 명을 부를 근거가 없다”며 반발했다. 이날 여야의 2+2 회동에서도 증인 채택 문제는 논의하지 못했다.
여당 관계자는 “야당의 MB 사저 방문이 재·보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쇼를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당직자는 “여당은 우리를 공무원연금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으로 몰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 재·보선만 바라보다 현안 ‘나 몰라라’
4월 재·보선의 승패에 따라 여야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여야 지도부가 재·보선에 매달리느라 공무원연금 개혁안이나 경제활성화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미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여당 관계자는 “앞서 여야 원내지도부가 큰 틀에서 경제활성화법안 처리에 공감대를 이루긴 했지만 정작 선거전이 치열해지면 이해관계에 따라 합의가 깨질 가능성도 있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안도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연일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동시에 재·보선이 펼쳐지는 서울 관악을, 인천 서-강화을, 광주 서을, 경기 성남 중원을 잇달아 방문하며 총력 지원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이들 지역구를 최소한 두 번씩 찾았다. 현장에서 최고위원회를 여는 등 각종 행사를 마련해 지원사격에 다걸기(올인)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역시 재·보선 지역 살피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을의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고 31일에는 인천 서-강화을 지역을 찾았다. 1일에는 광주 서을을 돌았고 2일에는 비공개로 성남 중원을 다녀온 뒤 다시 서울에서 원탁회의를 관장하며 재·보선 지원 전략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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