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가계부 내가 챙긴다]
2014년 61건중 19건 정부가 수용안해… 장수수당 등 노인票 겨냥 복지 68%
지난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하려고 했던 복지제도 3건 중 1건은 ‘유사·중복 복지’ 또는 ‘과잉 복지’라는 이유로 보건복지부로부터 ‘불수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복지부의 ‘2014년 신설·변경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지자체들이 도입하려고 했던 복지제도 총 61건(반려와 자료보완 사안 6건 제외) 중 19건(31.1%)이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불수용됐다.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은 지자체와 중앙부처들이 새로운 복지제도를 도입하려고 할 때 복지부와 협의해야 하는 절차로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보장돼 있다. 유사·중복 복지, 과잉 복지로 인한 재정 낭비와 형평성 문제 같은 부작용을 막는 게 목적이다.
지자체들의 ‘불수용 비율’은 중앙부처에 비해 훨씬 높았다. 중앙부처가 추진하려고 했던 복지제도의 경우 12건(반려 사안 2건 제외) 중 1건만 불수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자체 중 가장 많은 불수용 판정을 받은 곳은 이재명 시장을 중심으로 ‘중학생 교복 무상 지원’과 ‘공공 산후조리원 설립을 통한 무상 산후조리 지원’ 등 다양한 무상복지 시리즈를 추진하고 있는 경기 성남시였다. 성남시는 강원도와 함께 각각 3건의 불수용 판정을 받았다.
▼ ‘무상시리즈’ 성남, 不수용-반려된 복지 5건 최다 ▼
지난해 성남시는 △장애수당 추가 지급 △65세 어르신 버스비 지원 △기초연금 시(市) 부담 부분 확대 지급 등의 복지제도를 추진하려다 불수용 판정을 받았다. 또 지자체가 추진하려는 복지제도가 법이나 제도상 협의 대상이 아닐 경우 내려지는 ‘반려’ 판정도 지자체가 받은 4건 중 성남시가 2건으로 가장 많았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만큼 다른 지자체에 비해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복지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려고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불수용 판정을 받은 지자체 추진 복지제도(총 19건) 중에는 △장수수당 지급 △노인 명절 축하금 지급 △노인 교통비·의료비 지원 같은 ‘노인 관련 복지제도’가 13건(68.4%)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장애인(3건), 영유아(1건), 출산(1건) 등과 관련된 복지제도는 노인 복지제도보다 크게 적었다.
이에 대해선 노인 복지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이유도 있지만 동시에 지자체장들이 선거를 대비한 포퓰리즘적 조치를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젊은층에 비해 선거에 관심이 많고, 투표율도 높은 노인층과 잠재적 노인층을 겨냥한 조치라는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젊은층에 대한 복지 확대보다 노인과 잠재적 노인층에 대한 복지 확대가 당장 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복지부 안팎에서는 정부가 1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복지재정 효율화 추진 방안’을 내놓는 등 복지 관련 비효율과 재정 누수 막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올해에도 지자체가 도입하려는 복지제도 중 적지 않은 수가 사회보장제도 협의·조정 과정에서 불수용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성남시가 3월 말 도입하겠다고 밝힌 ‘무상 산후조리 지원’의 경우도 지난해 비슷한 제도가 불수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이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를 추진했지만 복지부는 재정 효율성과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개별적인 산모·신생아 지원 확대를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불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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