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상(좌의정)인 박지원 의원의 말을 듣고 행동하는 게 바람직하다.”(동교동계 전직 의원)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동교동계 선거 지원 반대’ 논란이 불거진 뒤 동교동계 내부 기류가 미묘하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고문의 선거 지원에 집단 반기를 들면서 불협화음이 표면화됐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박 의원의 위상이 높아진 모양새다.
1990년 미국에서 귀국한 박 의원은 동교동계에 뒤늦게 합류해 동교동계의 적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동교동계는 2·8전당대회 때 박 의원을 지원했다. 동교동계의 한 인사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동교동계가 이탈 없이 박 의원을 지원한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최근 권 고문의 선거 지원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박 의원의 위치는 더욱 확고해졌다. 권 고문은 5일 문재인 대표와 만나려 했지만 동교동계의 반발로 회동을 취소했다. 이후 주도권은 박 의원이 가져갔다. 박 의원은 곧바로 문 대표와 만났고 선거 지원 가능성을 내비쳤다. 7일에는 권 고문과 문 대표를 연쇄적으로 만난 뒤 “동교동계가 선당후사의 자세로 선거를 돕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교동계에서 촉발된 지난 일주일간의 갈등을 최종 봉합하는 자리에 선 것이다.
동교동계의 한 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동교동계는 박 의원을 통해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 가신그룹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이자 친노(친노무현) 진영에 맞설 수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박 의원은 7일 “동교동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동교동계로 상징되는 옛 민주계 노장 그룹이 호남 정서를 대표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자신이 동교동계에 비판적인 호남 정서까지 폭넓게 담아내는 상징이 되려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권 고문과 박 의원 사이의 물밑 신경전도 감지됐다. 권 고문이 이희호 여사의 ‘단결하라’라는 발언을 언급한 것을 두고 박 의원이 불편해했다는 후문이 있다. 이 여사는 동교동계 인사들이 권 고문의 선거 지원을 반대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3일 동교동계 인사들을 불러 “동교동계가 분열된 것처럼 보여선 안 된다”며 “당을 깨면 안 되고 단결해서 하나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이 여사의 말을 언급할 경우 (동교동계)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다는 (박 의원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당직자는 “향후 호남 정서를 대표하는 쪽이 누구인지를 놓고 (권 고문과 박 의원의) 주도권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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