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사망’ 가해병사 4명 전원 2심서 살인죄 인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0일 03시 00분


軍법원 “숨질 가능성 알고도 폭행”… 1심때는 상해치사 적용 논란
주범 李병장 형량 45년→35년으로… 나머지 3명은 각각 12년刑 선고
재판부 “유족들 선처 탄원서 감안”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주도한 이모 병장(26)과 다른 가해자 3명 전원에게 2심에서 원심을 깨고 살인죄가 적용됐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9일 윤 일병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이 병장 등 가해자 4명에게 살인죄를 인정했다. 1심에선 이들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살인죄로 죄목은 무거워졌지만 형량은 1심에 비해 줄었다. 이 병장은 1심보다 10년이 줄어든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병장에 대해 성범죄 신상정보를 등록할 것도 명령했다. 군 검찰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이 병장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이 병장이 1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45년은 지금까지 군 법원이 선고한 징역형 가운데 최고의 중형이다.

이 병장과 함께 기소된 하모 병장(23), 지모 상병(21), 이모 상병(21)은 징역 1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1심에서 하 병장은 징역 30년, 지 상병과 이 상병은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을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었던 유모 하사(23)는 1심보다 5년 줄어든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윤 일병 사망 당시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지만 증거인멸 등을 도운 이모 일병(21)은 1심에서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이날 벌금 300만 원으로 형량이 줄었다.

이 사건의 핵심은 가해자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기 위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지였다. 직접 죽이겠다는 생각은 없었어도 죽어도 상관없었다는 의사를 인정하는 문제였던 것. 고등군사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폭행 과정에서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았고 이를 용인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해 살인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다”며 “피고인들이 가한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는 인간으로서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한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1심에서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지만 2심에서 진행된 추가 피고인 신문 등을 통해서 미필적 고의를 입증할 근거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남성원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군대 내 어떤 부조리가 있었는지 상세하게 밝혀졌고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가 살인죄를 적용한 것은 합리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형량이 줄어든 데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윤 일병 유족이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윤 일병 어머니는 “탄원서를 내는 데 대해 가족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며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한 것이었고 아들도 계급이 올라가서 그들과 똑같은 위치에 처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은 용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병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은 형량을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도 상고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장과 가해자들은 지난해 3월 초부터 한 달이 넘도록 윤 일병에게 집단 폭행을 하고 가래침을 핥게 하거나 잠을 못 자게 하는 등 가혹행위 등을 해 윤 일병이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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