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강한 남성 이미지 연기를 많이 하던 배우 차승원 씨가 어지간한 전업주부도 어려워한다는 김치 담그기를 능숙하게 해낸다. TV를 보는 아내의 눈빛도 평소와 다르다. 여성들이 ‘로망’을 가질 만하다.
차 씨가 ‘차줌마’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자 새누리당은 4·29 재·보궐선거의 캐치프레이즈를 ‘새줌마(새누리당+아줌마)’로 정했다. ‘차줌마 신드롬’의 후광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경제 살릴 지역 일꾼’을 강조하는 선거 전략과도 어울린다는 이유에서다. 거구인 김무성 대표가 앞장서서 빨간 머리수건과 앞치마를 두르는가 하면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에서 콩나물을 고르며 연일 새줌마를 강조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시각에서 이번 재·보선의 구도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19대 총선에서 야권 연대로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당선됐던 3개의 선거구 가운데 경기 성남 중원에서 선전하고 있고, 서울 관악을도 야권 후보 분열로 새누리당은 내심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인천 서-강화을이다. 2000년 이후 현 여권 후보들이 내리 당선됐던 ‘텃밭’ 같은 곳인데 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전략홍보본부장이 “인천 서-강화을이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좋은 지역 같다”고 했을 정도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새줌마의 힘이 절실한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먼저 차줌마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요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남자 배우가 ‘예상을 깬 파격적인 변신’을 한 것이 차 씨에게 관심이 쏠리는 주요한 원동력일 것이다. 유명 스타가 현지 주민들과 다를 바 없는 소박한 차림으로 야채를 써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다.
새줌마는 아직 그만한 변화를 보여 주지 못하는 것 같다. 변신의 폭이 파격적이지 않다. 한 예로 6일 강화를 찾은 김 대표가 “새누리당 후보를 꼭 당선시키기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 현지에서 1박을 한 것은 신선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후보의 집이 아닌 마을회관이나 민박집에서 주민들과 하룻밤을 보내는 파격을 보여 줬다면 민심을 얻는 데 더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주민에게 동화되는 힘도 약하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선거 지역을 방문하는 장면을 보면 고위 공직자가 현장을 순시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기 어렵다. ‘부자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새누리당이 변신하려면 평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친(親)서민 행보를 해야 할 텐데 아직 미흡해 보인다. 서민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민의 마음을 보듬지 못해 반발을 샀고, 연말정산으로 민심이 들끓었을 때에도 대응이 한 걸음 늦었다. 정부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여당의 숙명일 수도 있겠지만 서민들에게 환영받는 새줌마가 되기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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