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세계물포럼 개막 기념사 “분단70년 긴장, 물길 통해 풀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3일 03시 00분


“21세기는 물산업 블루골드 시대… 선진국 경험 개도국과 공유해야”

쓰러진 자격루 조형물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15 대구·경북 세계 물 포럼’ 개회식에서 조형물이 넘어지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서 경호원들이 무대로 뛰어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등 정상급 인사들이 조선시대 물시계인 ‘자격루’를 본뜬 구조물과 연결된 밧줄을 잡아당기면 항아리에 담긴 물이 아래로 흘러내리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구조물이 바닥에 고정되지 않아 줄에 끌려 전체가 넘어지고 말았다. 대구=청와대사진기자단
쓰러진 자격루 조형물 12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15 대구·경북 세계 물 포럼’ 개회식에서 조형물이 넘어지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서 경호원들이 무대로 뛰어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등 정상급 인사들이 조선시대 물시계인 ‘자격루’를 본뜬 구조물과 연결된 밧줄을 잡아당기면 항아리에 담긴 물이 아래로 흘러내리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구조물이 바닥에 고정되지 않아 줄에 끌려 전체가 넘어지고 말았다. 대구=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분단 70년간 지속된 (남북의) 긴장관계를 남북을 잇는 물길을 통해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북을 관통하는 하천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남북이 서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7차 세계 물 포럼’ 개회식 기념사에서 “물과 관련한 국제적 분쟁이 국가 간 공유하천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공유하천을 슬기롭게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북 관계가 장기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세계 물 포럼 개막에 맞춰 남북 간 공동 하천관리를 거듭 제안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남북 간 ‘하천과 산림 공동관리’를 북한에 제안한 바 있다. 이런 제안은 임진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20세기가 석유 시대인 ‘블랙골드’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의 시대인 ‘블루골드’의 시대”라며 “이번 물 포럼은 (물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실행’의 가치에 역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1996년 설립된 세계물위원회는 지구촌 최대 물 관련 국제행사로 세계 물 포럼을 3년마다 열고 있다. 박 대통령은 “혁신적인 과학기술을 활용해 물 문제에 대한 도전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경제성장의 기회로 바꾸고, 선진국의 기술과 경험을 개도국과 공유하는 국제적 협력 방안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17일까지 6일간 대구와 경북 경주시에서 열리는 물 포럼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3만5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물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5560억 달러(약 608조 원)로 반도체나 조선시장보다 크다.

이날 개회식에서는 박 대통령과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등 주요 참석인사가 무대에서 밧줄을 잡아당기면 자격루(물시계) 모형에서 물이 흘러내리며 개막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리는 퍼포먼스가 준비돼 있었다. 하지만 밧줄을 잡아당기는 순간 높이 3m 크기의 자격루 모형 자체가 단상에 오른 인사들 쪽으로 넘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형이 버틸 수 있는 것보다 더 세게 잡아당겨 무너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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