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고향인 경북 경주시에 지난해 특별교부세 99억2200만 원이 배정됐다. 전국 226개 기초단체 평균액 27억7700만 원의 약 3.6배나 된다. 특별교부세는 재난 등으로 예기치 못한 재정 수요가 발생했을 때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는 예산이다. 배정에 사실상 전권을 지닌 행자부 장관의 출신지에 특별교부세가 유독 많이 돌아갔다. 지난해 경주시보다 특별교부세를 많이 받은 곳은 세 곳뿐이다. 자치단체 통합에 따라 재정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경남 창원시와 충북 청주시,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부산 기장군은 지원을 받을 요건을 갖췄다.
행자부는 “서울 노원구의 방사성 폐기물을 경주 방폐장에 반입하는 대신 30억 원을 배정하는 바람에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돈을 제외하더라도 경주시는 전국 지자체 중 6위에 해당하는 특별교부세를 받았다. 정 장관은 내년 총선에서 경주 출마 예상자로 거론된다. 출신 지역이 다른 장관이었다면 이런 결과가 나왔을지 의심스럽다. 특별교부세 배정을 담당하는 행자부 간부 두 명의 출신지에도 각각 50억5000만 원과 48억4000만 원이 지원됐다. 퇴임 이후를 의식한 행자부 공무원들의 ‘고향 챙기기’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특별교부세는 행자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지자체가 신청하지 않아도 지급할 수 있다. 배정 결과를 외부에서 평가하고 상세한 명세를 공개하는 감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1월 특별교부세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지자체가 세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데도 재정 부족분을 특별교부세로 메워줘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별교부세가 정치권 실세와 국회 행정자치위 소속 국회의원 지역구에 쏠린다는 비판도 많다. 정 장관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당장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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